[미국, 전쟁 타깃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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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이 임박한 가운데 일요일인 23일 오전 전쟁 지휘부의 핵심 3인이 TV에 출연해 전쟁에 관한 미국의 구상을 밝혔다.

3인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그리고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3인은 '전쟁의 범위와 규모' 를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 파월 국무, "빈 라덴이 제1목표" =1주일 전 전시내각회의에서 신중론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진 파월 장관은 이날 NBC의 '언론과의 만남' 프로에서도 공격목표를 합리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파월 장관은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조직인 알 카에다의 해체가 제1의 목표" 라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군사 행동은 규모 면에서 걸프전에 못 미칠 것" 으로 예상했다. 그는 "대규모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지레 짐작하지 말자" 며 "현재로서는 대규모 전쟁을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고 덧붙였다.

그는 프로에 출연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국민을 추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번 사건으로 6천여명을 살해했고 이전의 사건들에서도 사람들을 죽인 빈 라덴과 알 카에다 조직에 대한 추적" 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장관은 특히 "빈 라덴과 전세계의 이슬람권을 연결시켜서는 안될 것" 이라고 경계했다. 그는 "어떤 방식으로든 이들 살인범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중지해야 한다" 며 "빈 라덴이 저지른 일은 변질된 이슬람" 이라고 주장했다.

◇ 럼즈펠드 국방, "이라크도 타도해야" =국방부는 사태 이후 가장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1991년 걸프전 때 국방차관으로서 바그다드 진격을 주장했던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번에도 파월 장관의 신중론에 맞서 이라크 타도론을 외치고 있는 것으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보도한 바 있다.

럼즈펠드 장관은 CBS '국민과의 대화' 프로에서 이러한 국방부의 분위기를 노정(露呈)시켰다.

그는 테러 전쟁을 위해 군사력을 전세계에 배치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이외 국가도 이 전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국가와 업계, 비정부기구, 기업체의 지원 없이 그처럼 엄청난 자금과 가짜 여권, 필요한 첩보 등을 확보하고 그처럼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조직은 세상에 있을 수 없다" 며 "결코 빈 라덴 조직의 단독 범행으로 보지 않는다" 고 말했다.

◇ 라이스 보좌관은 중간 입장=폭스 TV에 출연한 라이스 보좌관은 파월과 럼즈펠드 중간쯤에 섰다. 그녀는 미국 행정부 관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의 축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아프간 반군인 북부동맹이 탈레반 축출작업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좋은 테러리스트가 있고 나쁜 테러리스트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 이라며 "테러리즘을 지지한다면 미국에 적대적인 것" 이라고 강조해 테러 지원국에 대한 공격의 명분을 세웠다. 하지만 이라크에 대한 공격 가능성 같은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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