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전혁 판결’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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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조전혁(사진) 의원이 교원단체 가입 교사 명단을 공개한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만 해도 조 의원과 전교조 간의 충돌이었다. 조 의원이 “학부모와 학생들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하겠다”고 하자 전교조가 “교사의 사생활 침해”라며 법적 대응을 했다.

서울 남부지법은 15일 전교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공개 가처분 결정을 하고 조 의원이 이에 불복,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조 의원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국회의원의 직무행위는 민사재판 대상일 수 없는데 남부지법이 재판해 국회의원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27일 1심 재판부는 “명단을 공개해선 안 된다. 이를 어길 경우 하루 3000만원씩 전교조 측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조 의원이 “같은 논리로 받을 수 없다”는 뜻을 밝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특히 조 의원과 법원의 충돌에 여권까지 가세했다. 28일 열린 한나라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선 “입법부와 국회의원의 권위에 대한 정면도전이자 조폭 판결”(정두언 의원)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 대한 무죄 선고 때에 이어 여권이 다시 법원의 판결을 문제 삼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돌과 관련, “이 시점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네 가지 쟁점이 녹아 있다”고 말한다. 우선 학부모와 학생들의 알 권리가 우선이냐, 교사들의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냐는 논쟁이다. 전교조는 “교사 개인의 신상정보도 소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1심 재판부도 판결로 전교조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조 의원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쟁점은 국회의원의 직무행위를 어디까지 볼 거냐는 거다. 1심 재판부는 조 의원의 명단 공개가 법원의 판결 대상이라고 봤다. 조 의원은 “국민이 알고자 원하는 걸 알려주는 게 국회의원의 의무이자 권한”이라며 “이번 법원 결정은 이를 심각하게 제한한 것이다. 정치와 국회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맞서 “잘못된 행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거부한다면 국회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우상호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의 “매일 3000만원씩 지급하라”는 결정도 논란이다.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은 “ 인간적으로 견디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조 의원도 “평생 파산에 대한 공포감이 있다”고 호소했다. 서울대 정종섭(법학) 교수는 “국가행위는 어떤 행위든 과잉해선 안 된다는 게 법치주의의 핵심”이라며 “그건 재판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번 논란을 헌법재판소에 제기하면서 개인이 제기하는 헌법소원이 아닌 국가기관(국회의원)이 제기하는 권한쟁의심판 청구 형태를 취했다. 정종섭 교수는 “독일과 달리 우린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이 빠졌기 때문”이라며 “사법 독립성뿐만 아니라 사법 책임성도 함께 들여다보는 단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 11억7280만원 손배소=전교조는 이날 조 의원과, 인터넷판에 명단을 게재한 동아일보에 대해 11억728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청구한 금액은 지난 21일부터 3일간 모집한 소송 참여 교사(5864명) 1인당 조 의원에게 10만원, 동아일보에 10만원씩 계산한 금액이다.

고정애·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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