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안 올리는 건 자산시장 안정됐기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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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우리나라가 지금 금리를 안 올리는 것은 자산시장이 안정됐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을 반대해 온 윤증현(얼굴)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새로운 이유를 들고 나왔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출구전략 공조론 등 금리 인상 반대의 명분이 모두 약해져서다.

주요 20개국(G20) 출구전략 공조론은 지난 23~24일 워싱턴 재무장관회의를 거치며 설득력을 급격히 잃었다.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공동 성명(코뮈니케)에서 공조론의 폐기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공동 성명은“일부 국가는 이미 출구전략을 시행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자국의 상황에 맞는 신뢰할 만한 출구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리스의 재정위기 같은 대외 불안요인이나 고용 부진 역시 우리만 겪는 일은 아니다.

윤 장관은 이날 “금리 인상은 아직 시기상조이고, 정부 입장은 바뀐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자산시장 안정’이란 새로운 잣대다. 그는 “호주가 금리를 올린 것은 호주 자산시장의 상황이 굉장히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 준 것”이라고 말했다.

자산시장 중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저금리와 양도세 감면 등에도 지난해 9월 이후 거래가 끊기면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지난 24일 미분양주택 4만 가구를 반강제적으로 줄이고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까지 내놓았다. 풀 죽은 부동산 시장, 이래저래 찾기가 쉽지 않았던 금리 인상 반대의 명분으로 삼기엔 안성맞춤이란 분석이다.

한편 윤 장관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에게 “외환위기 당시 한국인들에게 고통을 안겨 줬던 미셸 캉드쉬 총재처럼 되지 말라”고 충고한 사실을 소개했다.

그는 “IMF의 가혹한 통치로 우리나라에서는 IMF에 돈을 빌리면 큰일 나는 줄 아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으며 전 세계에도 그런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가 ‘IMF는 어리석은 집단’이라고 말했는데, 나도 앞으로 IMF 운영을 잘하라는 의미에서 그런 충고를 드린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칸 총재는 별다른 대답 없이 웃음으로 받아넘겼으나 이래저래 ‘뼈아픈 순간’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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