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5% 성장 그쳐 매 맞아도 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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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셰러턴 호텔에서 열린 동포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최정동 기자

아르헨티나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은 15일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IMF 외환위기 이후 주춤했던 남미 진출의 교두보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한국과 '남미 공동시장(Mercosur)'간 무역협정 체결의 타당성 공동 연구를 추진키로 하는 등 22개 항의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메르코수르란 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파라과이 등 4개국이 자유무역과 관세동맹을 목표로 설립한 경제공동체다.

양국은 정보기술(IT)협력 약정 체결을 통해 양국 정보통신협력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한국 IT기업이 연평균 23%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아르헨티나 IT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정상회담에 앞선 동포 150명과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과거엔 남북 간 체제경쟁이 있어 아주 민감했는데 이젠 체제 경쟁은 끝이 났다"며 "1970년대 중반 남북이 뒤집혀 지금은 40배, 어떤 사람은 60배의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북한이 개혁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먹고 살게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관심"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스스로 '적화통일 불가능' 알 것"=노 대통령은 "북한도 개혁.개방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제일 어려운 것은 북한에 시장경제 바람이 들어오면 사회가 흔들리기 때문에 속도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잘난 척, 힘이 있는 척 (북한이)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체제가 흔들리지 않고 가기 위한 전략.전술적 몸부림"이라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세계에 여러 분쟁 지역이 있는데 왜 한반도를 분쟁 지역에 꼭 끼워넣는지 여하튼 불안하실 것"이라며 "남북한이나 4강이 분쟁을 원하지 않으며, 잘 관리하면 한반도는 결코 위험한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뭔가 정치적으로 어려울 때 한반도 불안 상황을 이용하거나 바깥에 적이 있으면 편리할 때도 있었다"며 "과거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 걱정 말라, 잘 관리하겠다"고 해 교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지금은 내가 사고치지 않는 게 더 중요"=한국 경제와 관련,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가 6% 성장을 내놓길래 나도 약올라서 7%로 올려 내놓았다"며 "그러나 7%는커녕 2003년 3.1%, 올해 5%에 그쳐 매를 맞아도 싸다"라고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한국 경제가 붕괴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며 "카드 발 금융위기는 지난해 말 한두 가지 사고로는 끄떡없을 정도로 다 정리됐으며, 부동산.금융권도 대체로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뒷거래와 반칙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실력 있는 기업이 이길 수 있도록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며 "내 임기가 끝나면 특히 '부(부패)'자나 '독(독점)'자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말미에 노 대통령은 "나도 사고를 하나 칠까 하다가도 지금은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며 "획기적으로 뭘 만드는 것보다는 사고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마무리를 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최훈 기자 <choihoon@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choij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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