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왕건' 정태우 물오른 연기로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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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눈물 연기요? 제 전문 아닌가요. 그 불쌍하다는 단종 역만 세 번 했는걸요. "

요즘 KBS 인기 사극 '태조 왕건' 에서 고려의 책사 '최응' 역을 맡은 탤런트 정태우(19.중앙대 연극영화과 1년.사진)의 연기가 눈부시다.

지난 2주간 방영분에서 괴질에 걸려 입술이 허옇게 말라붙은 채 주군의 안위만을 걱정하며 피눈물을 쏟아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왕건의 굴욕이 자기 때문이었다며 머리를 땅에 찧어 피가 철철 흐르는 장면에선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방송 후 '태조 왕건' 홈페이지에는 정태우의 연기를 칭찬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그의 눈물 덕분인지 드라마도 시청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사실 그의 연기력은 사극에서 탄탄히 다져진 것이다. 정태우는 연기 경력 15년의 아역 탤런트 출신이지만 현대극과는 인연이 멀었다. 그대신 '먼동' '바람꽃은 시들지 않는다' '용의 눈물' 등 6편의 대하 사극에 출연했고, '한명회' '왕과 비' 등에서 단종 역을 맡았다.

하지만 이런 정태우도 최응이란 인물을 연기하는 데는 꽤나 진땀을 흘렸다고 한다.

"최응은 단아한 문사이면서도, 궁예에서 왕건으로 말을 바꿔 탈 정도로 현실감각도 있었던 인물이죠" 라고 분석한 정태우는 "속을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을 묘사하는 게 힘들었어요" 라고 말했다.

인간 정태우는 어떨까. 극에서처럼 '아침에 맑은 물 한 그릇, 낮에는 채소, 밤에는 죽 한 그릇을 먹는' 모습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여려 보이는 얼굴과 달리 그는 평소 제트 스키.번지 점프.스노보드 등을 즐긴다. '프렌드' 라는 연예인 축구단에서 주 공격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골을 터뜨릴 때마다 고종수처럼 공중에서 한바퀴 돌기를 한다.

정태우는 최근 드라마의 인기를 몰아 스크린에도 진출했다. 임권택 감독의 새 영화 '취화선' 에서 청년 장승업 역을 맡았다. 최민식씨가 "훌륭한 후배가 있다" 며 임감독에게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또 곧 촬영에 들어갈 청춘영화 '어게인' 에서는 놀 줄 아는 힙합 댄서로 등장한다.

다양한 역할을 다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이 10대 배우의 꿈은 안성기 이상 가는 성격 배우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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