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보험료 카드 결제 논란 고객 이익이 정답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고객은 왕이다.”

금융회사들이 고객을 대할 때 늘 하는 말이다. 고객들이 보험상품을 외면하면, 고객들이 신용카드를 쓰지 않으면, 보험사와 카드사는 살 수 있을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다. 그래서 금융회사들은 ‘고객 제일주의’를 실천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떠든다.

하지만 최근 보험료 카드 결제 허용 여부를 놓고 벌이는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의 싸움을 보면 이런 구호가 헛말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는다. 고객들의 편의나 권익은 뒷전이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이 우선이다. 같은 그룹에 속해 있는 보험사와 카드사들이야 서로 눈치를 보지만, 전업사들은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싸움의 발단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소비자에게 결제방식의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어디든지 카드 가맹점이 된 이상 신용카드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보험사도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모든 보험상품에 대해 카드결제가 가능해지면 소비자들은 결제 수단이 다양해져 편리해진다. 여기에 연말에 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카드결제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커진다. 보험사가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수수료 부담을 짊어질 리 없다. 결국 늘어나는 수수료는 보험료로 전가돼 고객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양쪽의 주장은 팽팽하다. 논리적으로도 물러섬이 없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이 법의 취지는 뭔가. 소비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저축성 보험을 포함해 보험료를 카드로 내는 것을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은 이유다.

다만 수수료는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건 금융위원회가 나서야 할 몫이다.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 결제액이 많을수록 낮아진다. 현재 생명보험사의 보험료 수입 중 카드결제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보험료 결제에 대해 카드 수수료율을 낮추면 보험가입 고객도 늘어날 수 있다. 또 카드결제 비중이 높아지면 수수료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잘만 하면 보험사나 카드사 모두 덕을 볼 수 있는 제3의 길이 있다는 얘기다. 계속 기존의 이익에만 매달려 방어적 주장만 펼 게 아니다. 입법예고 기간 중 양측이 ‘솔로몬의 지혜’를 찾기를 기대한다.

김종윤 경제부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