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 인천공항 레이더 시험운영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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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우리나라 상공의 항로 관제를 맡게 될 인천국제공항의 새 교통관제시스템 도입.설치 사업의 핵심 분야인 레이더 자료 처리 시스템에 지난 5월 이후 이상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건교위 이윤수(李允洙.민주당)의원이 입수한 건설교통부의 '신항공 관제시스템 레이더 자료 처리 개선대책(6월 23일 작성)' 에 따르면 레이더 화면에 항공기의 일부 항적(航跡)이 일시적으로 두 개로 분리되거나, 실체가 없는 허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대학 양한모(항공교통학)교수 등 전문가들은 "레이더 자료 처리에 이런 이상현상이 실제로 벌어지면 치명적 사고원인이 될 수도 있어, 한건도 허용될 수 없는 결함" 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업은 그동안 우리 상공의 항로 관제를 담당하던 구형 대구관제소를 대체하는 최신형 관제 체제 도입을 위해 지난 3년간 4백62억원을 투입, 7월 말 완료를 목표로 추진돼 왔다.

건교부 관계자는 "시험 운영 중인 레이더 화면에 나타나는 하루 1천여건의 항공기 표적 가운데 6~7건 정도의 표적에서 문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 "기술 제공사인 미국 록히드 마틴사측이 지난 6월 기술진을 추가로 파견했으나 아직 완전히 고치지는 못한 상태" 라고 말했다.

이 사업에 참여 중인 다른 관계자는 이상 현상의 원인에 대해 "인천공항의 레이더 시스템이 최신형인 반면 여기에 최초의 레이더 자료를 공급하는 백령도 등 전국 8곳의 레이더 시스템은 구식 모델이어서 신.구 시스템간 부적응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록히드 마틴사측은 '7월 말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들여와 개선하겠다' 고 약속했다" 고 밝히고 "그 후에도 이상 현상이 발생하면 계약 파기를 포함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새 항공관제시스템이 작동할 수 없게 되면 대구관제소의 시스템으로 계속 항로 관제를 해야 하나 대구의 레이더 시스템은 이미 수명(내용연수)인 12년을 지나 15년째 가동 중이다.

전영기.최상연.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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