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운, 제과 부문 '2위 왕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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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크라운제과가 28일 해태제과의 최대 주주인 UBS컨소시엄 측과 해태제과의 인수에 전격 합의하자 제과업계는 크라운의 저력에 놀라는 분위기다. 크라운은 지난해 8월까지 화의기업이었다. 하지만 크라운의 경영진은 지난 2월부터 해태제과 인수팀을 가동했고 물밑에서 해태 측과 인수협상을 벌여 온 것으로 확인됐다.

크라운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해태제과 인수를 검토했고, 이를 위해 화의종결 시한(2005년)을 예정보다 당겼다"고 밝혔다. 또 유력한 해태제과의 인수 후보 업체로 떠올랐던 네슬레가 물러서자 최근 국내외 금융권과의 협상을 통해 인수자금을 확보했다. 크라운제과는 또 군인공제회.KB창업투자.KTB네트워크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짰다. 이 컨소시엄은 납입자본금 2100억원으로 신규 법인을 세워 해태제과의 주식 전량을 사들일 계획이다. 인수 주체인 신설법인의 주식 40%는 크라운제과가 인수한다. 크라운 측은 "해태제과의 인수가 확정되면 해태제과는 당분간 독립경영체제를 유지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수자금 어떻게 마련하나=해태제과의 인수금액은 경영 실사 후 확정되겠지만 5500억~650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 중 크라운은 컨소시엄의 지분율에 따라 40%쯤을 마련해야 한다. 40%에 해당하는 자금의 절반은 우리은행 등에서 빌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크라운은 많아야 1500억원쯤을 조달하면 된다. 크라운 관계자는 "화의기간 중 서울 공장부지 1만여평을 400억원에 팔았고, 이익이 날 때마다 유보자금으로 남겨 자금 조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크라운제과는 적자를 보는 5개 계열사와 8개 사업부를 정리했다. 또 지난해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화의 이듬해인 99년부터 계속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 제과업계 판도 변화=제과 4위 업체인 크라운제과가 3위의 해태제과를 인수하면 단숨에 2위 업체로 떠오른다. 지난해 제과시장의 점유율을 보면 롯데(40%).오리온(25%).해태( 20%).크라운(15%) 등의 순이다. 이에 따라 크라운은 해태 인수로 35%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선두 롯데를 바짝 추격할 수 있게 됐다. 크라운이 해태제과 인수에 적극 나선 것은 활로를 찾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주소비층(10대)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데다 다국적 식품회사의 한국시장 진출도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크라운 경영진은 선두업체로 올라서지 못하면 고사할지 모른다는 판단을 했다. 크라운제과 측은 "대규모 신규 투자보다 하루빨리 취약한 영업망을 보완해줄 기업 인수.합병(M&A)이 시급했다"고 설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크라운의 향후 전략=크라운은 해태제과 매출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빙과사업의 처리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크라운은 빙그레와 손을 잡아 빙과 부문은 빙그레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크라운 측은 "조만간 중장기 계획을 밝히겠다"고 말을 아끼고 있다. 해태제과의 경영진을 그대로 두고 고용도 승계할 방침이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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