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관보 내정 시각장애 강영우 교수 연대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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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쳐도 어둠 속에서 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

1천8백여 대학생이 자리를 가득 메운 13일 오전 연세대 대강당.

시각장애인인 강영우(姜永祐.57.사진)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교수가 교직원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서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姜교수는 최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차관보급인 교육부 산하 전국장애인자문협회 의장에 내정됐다. 이날 일시 귀국했다.

지난해 출간한 저서 『우리가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와 같은 제목으로 30여분간 한 강연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절벽 아래로 떨어져도 날아올라라" 고 격려했다.

중학교 때 축구공에 맞아 시력을 잃은 뒤 부모님을 한꺼번에 여읜 일, 갖은 고생 끝에 1968년 24세 나이로 늦깎이 대학생이 된 사연 등을 그는 담담히 소개했다.

"시각장애인이라고 택시도 안 태워주고 버스 안내양은 밀어냈다. 심지어 유학갈 때 '국내에서 장애인은 유학이 법적으로 불가하다' 며 거부당한 적도 있다" 는 회상도 했다.

姜교수는 "미국은 장애인을 평등하게 대하는 사회" 라며 "다른 사람과 내가 평등하다는 사실이 나의 꿈을 펼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 말했다.

앞으로 장애인 관련 정책을 입안해 부시 대통령과 의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게 될 그는 "편견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홍주연.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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