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봉사상 김영백씨 "시각장애인 눈 밝혔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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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도 어려운 처지임에도 푼돈을 털어 장애인 등 이웃을 도와온 전직 환경미화원 김영백씨. 김태성 기자

"어두운 길가에 서있는 가로등처럼 봉사의 불로 세상을 계속 밝히겠습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기꺼이 이웃에 나눔사랑을 실천해온 전직 환경미화원 김영백(61.서울 장충동)씨.

26일 서울시가 제2회 서울사랑시민상 봉사부문 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김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장충동 뒷골목에서 모은 폐지 등 재활용품을 묶어 수집차에 싣고 있었다.

그는 재활용품을 팔아 마련한 돈에 자신의 쌈짓돈을 보태 1995년부터 시각장애인들에게 개안(開眼)수술비를 지원해 왔다. 지금까지 낸 돈이 모두 3500만원이나 된다. 그 덕분에 118명이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됐다.

92~97년엔 동네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노인들에게 매년 50벌씩 300벌의 의복을 제공하고, 96년엔 '다일공동체'가 운영하는 행려자 무료병원 건축비로 100만원을 선뜻 내놓기도 했다. 93년부터는 매주 수요일 장충단공원에서 열리는 노인 무료 급식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돕는 일에도 앞장서 왔다. 98년부터 매년 10명을 뽑아 30만원씩 모두 2100만원의 장학금을 줬다.

김씨가 남을 돕는 일에 나서게 된 것은 80년대 초 겪은 투병생할이 계기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 노동자로 일하면서 얻은 허리 디스크 때문에 전혀 움직이지 못해 대소변도 남이 받아줘야 할 정도였다.

건강을 회복한 그는 90년 서울 중구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결심을 실천에 옮겼다.

김씨는 28일 오전 10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상을 받는다. 그는 "이번 상을 앞으로 더 열심히 봉사활동에 힘을 쏟으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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