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고용한 강남 유흥주점, 단속 공무원과 유착 여부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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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형 유흥주점과 공무원의 유착 관계에 대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5일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달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입건된 업소 주인 이모(39)씨의 통신 내역을 조회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소 주인과 통화한 이들 중에 단속 경찰 등 공무원이 포함돼 있는지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는 한 여고생의 가출에서 시작됐다. 1월 14일 고교 2학년 여학생 장모(17)양이 집을 나갔다. 연예인 지망생이었던 장양은 “노래학원에 가겠다”고 집을 나선 뒤 연락을 끊었다. 6일 뒤 장양이 어머니(48)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힘들다. 유흥업소에서 나가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장양의 어머니는 이날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이 메시지를 바탕으로 경찰은 강남 일대의 유흥주점을 뒤졌고, 논현동의 한 주점에서 장양을 발견했다.

장양은 집을 나간 뒤 돈을 벌기 위해 한 구직 사이트에서 접속, 이 주점에서 올린 구인광고를 봤다. 장양은 이곳에 연락해 일을 시작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업소 관계자 16명을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했다. 입건된 이들 중에는 사장 박모(38)씨도 있었다. 그러나 박씨는 이름만 사장으로 내걸고 있는 소위 ‘바지 사장’이었다. 경찰은 박씨를 추궁해 업소의 진짜 주인인 이씨를 검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현재 5개의 대형 주점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은 이 사건을 서초서로부터 넘겨받아 이 업소와 공무원의 유착 관계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 최근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은 “업주의 통화 내역을 조회해 경찰관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경찰관을) 엄중 징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검찰의 갈등이 불거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검찰이 업소 관계자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과 이씨에 대한 긴급체포영장, 통신 조회에 대한 승인 등을 모두 기각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영장을 승인할 만한 긴급성이 없다고 판단했 다”고 반박했다.

강인식·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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