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명성 높이고 주가에도 호재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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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시장은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주총 참여에 대해 긍정적이다. 우선은 기업 투명성을 높여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사실 기업 투명성이 주요한 투자 척도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 내용은 불투명한 상태로 남아 있고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외면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총참여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먼저 시작했으나 요즘은 국내 기관들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삼성투신운용 김기환 상무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이유 중의 하나는 기업 경영의 불투명성 때문" 이라며 "기업 회계구조와 경영이 미국 수준으로 투명해지면 국내 증시가 50% 이상 상승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SK텔레콤.한국통신 등 주요 기업들의 경우 참여연대의 경영 투명성 요구에 부응한 결과, 주가 상승을 부른 사례가 있을 정도다.

◇ 아직은 걸음마 단계〓기관들의 제 목소리 찾기는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기관이 주총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의결권을 위임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올 들어 기관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투신사 등이 내부 윤리규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총 참여를 의무화했고 기관들도 선량한 자산관리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 기관들의 활동에는 못 미친다. 현재 투신.연기금.보험 등 국내 기관들의 주총 참여는 의견 개진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영진 교체나 공동 의결권 행사 등 기존 경영진을 압박할 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투신운용 이용우 운용역은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한계가 많다" 는 입장. 그는 "기관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보유 지분을 근거로 의견을 개진하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집단 행동에 나서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 고 지적했다.

◇ 결집된 협의체 필요〓기관들의 주총 참여와 기업 경영진에 대한 주주 이익 보호 요구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당연한 일로 간주된다.

특히 미국 기관들은 주주 이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 기업들의 경영진을 의결권 행사를 통해 몰아내는 일이 흔하다.

미국의 저명한 펀드 매니저인 워런 버핏이 주축이 돼 코카콜라의 경영진을 교체한 일이 대표적 사례다. 게다가 GM 사장은 경영 실적이 신통치 않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물갈이됐다.

우리의 경우 최근 증권업협회 오호수 신임 회장이 기관투자가협의회 구성 문제를 언급, 새 국면을 맞을 조짐이다. 협의회는 기관의 의견을 결집할 수 있는 주요 방편이 되기 때문. 이를 통해 기관들이 주주 이익 보호에 앞장서는 의식을 확고히 다지면 사정이 달라진다. 룰을 어기는 기업들에 대한 주주 차원의 응징도 조직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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