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루, 기죽지 말고 당당해 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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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능에 장애를 느껴 비뇨기과를 찾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증상 중 하나가 '조루(早漏)' 현상이다.

최근 대한남성과학회가 국내 성인남성 2037명을 대상으로 조루증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놀랍게도 27.5%, 즉 성인 남성 10명 중 3명이 스스로를 조루증이 있다고 답변했다.

발기부전 환자들은 이런 '배부른 사람들의 반찬투정'같은 푸념에 짜증이 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조루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 괴로움이 이중삼중이다. 심한 경우 삽입하자마자 사정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런 조루증세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하며, 성생활을 기피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해 2차적인 발기 장애까지 생기기도 한다.

설상가상으로 태연한 듯 웃고 있지만 칼을 숨기고 있는 듯한 파트너의 싸늘한 눈빛까지 내려 꽂히니, 참으로 난감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정작 본인의 성적 만족감이나 성취감 등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한때는 '성교 지속시간이 2분 이내, 사정 전 삽입 운동의 횟수가 100회 미만 일때'와 같이 믿거나 말거나 식의 기준을 세워놓고 조루증의 판단을 내린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가 권고하는 극히 '인간적이고도 보편타당해 보이는' 정의를 조루의 기준으로 잡는다. '남성이 수의적인 사정 조절능력이 부족해 스스로 만족하기 전에 절정감에 도달하는 것'이라는 다소 장황한 문장이 바로 그 기준. 한마디로 ‘사정을 의지대로 조절하기가 힘든 상태’를 말한다.

부부관계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선 배우자의 오르가슴을 중요한 척도로 생각해 여성이 오르가슴을 빨리 느끼는 경우엔 남성의 빠른 사정시간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르가슴에 도달하는 시간이 긴 여성의 경우엔 대부분의 남성들이 고민에 빠지게 된다. 비록 약속된 '공사' 시간도 못채우고, 미흡한 마무리에 스스로 생각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공사 현장이었다고 해도 파트너에게서 따뜻한 말 한마디, 눈웃음 한 번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피치 못할 사정이 있거나 심리적, 육체적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파트너에게 다소 부실한 공사를 해줄 수밖에 없는 사람들도 요즘은 비뇨기과 의사의 적극적이고도 합리적인 도움만 확보할 수 있다면 두려워할 일이 없다.

현재 조루증에 대해선 많은 약물치료법과 다양한 수술방법들이 있다.필요할 때마다 사정 능력을 조절하는데 도움 될 만한 외용제 크림도 사용해 보자. 감각신경을 조절하는 신경차단술이나 귀두내 필러주입법도 생각해 볼 일이다.

최근엔 성교 전에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경구용 조루 치료제 ‘프릴리지’가 시판되어, 발기장애환자에게 비아그라가 오아시스가 되었 듯이, 조루증 환자들에게 좋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 비뇨기과전문의 김정열(탑연합비뇨기과 원장)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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