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높여준다” 광고한 강남 학원장 지난해 수험생 학부모 56명과 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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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28일 “스펙(구직자나 수험생이 갖춰야 할 학점·경력 등을 지칭하는 말)을 높여주겠다”는 광고를 한 입시학원장 이모(43)씨가 지난해 수험생을 둔 학부모 56명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중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응시한 수험생을 둔 학부모 5명이 포함됐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응시한 수험생들에게 허위 증명서를 만들어 입시에 도움을 줬는지를 캐고 있다. 이씨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면서 학부모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응시한 수험생 5명 중 한 명이 대학에 합격했으며 나머지는 불합격했다”며 “합격한 수험생의 지원 서류를 제출받아 확인했으나 현재까지 위조된 것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를 불러 학부모들에게 허위 추천서와 증명서를 판매하려 했는지를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경찰의 1차 조사에서 “(아이들에게) 과외를 구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도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경찰에게서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으며, 입학사정관제 시험에 응시한 학부모들과 통화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 강남 지역 학원가에서 허위 추천서와 경력증명서가 고가에 거래된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학원가 관계자는 “추천서 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학원장 A씨는 “봉사활동이나 수상 경력 등 비(非)교과 부분이 중요해지면서 돈을 받고 허위 경력서나 추천서를 판매하는 ‘스펙 브로커’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사정관 전형에 필수인 자기소개서를 대필해 주는 데 50만~100만원의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가짜 수상 경력 및 기관장 추천서 등은 수천만원을 호가한다는 게 학원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B학원장은 “지난해 필리핀에서 개최한 영어 글짓기 대회 입상 증명서는 한 장에 1000만원이라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그는 “브로커들은 해외 글짓기 입상 경력 등 확인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증명서를 위조한다”며 “이름만 있는 사단법인의 단체장 명의로 추천서를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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