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경안운하 건설이 경인운하보다 경제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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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도권 지역은 교통혼잡비용이 연간 12조3천억원에 달하는 데다 그 비용이 매년 2조원 이상씩 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토지수용비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도로건설은 폭증하는 교통수요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방치하고 있는 하천들을 준설.정비해 운하로 만들면 토지수용비가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운임면에서도 육운(陸運)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운하건설은 교통대책의 효율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철도와 도로망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물동량의 25%를 내륙수운으로 운송하고 있다. 이것은 운하가 육운에 비해 생산성이 높고 환경친화적이며 사고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의 물류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양천과 반월천을 준설하고 이를 7.6㎞의 터널로 연결해 경안(京安)운하(서울~안산)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경안운하는 일단 토지수용비가 들지 않는다. 더욱이 시화방조제에 갑문을 만들면 연안해운을 통해 들어온 화물들을 수도권 공업지대로 직접 운송할 수 있으므로 환적(換積)비용과 물류비를 줄일 수 있다. 또한 33억2천만t의 한강물을 시화호로 보냄으로써 시화호 오염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그러나 경안운하 대신 인천과 행주대교간 18㎞를 수로로 연결해 경인운하를 만든다는 계획을 추진해 경인운하의 비경제성을 지적하는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지적대로 경인운하는 굴포천 홍수예방, 인천항의 보조기능 외에는 별로 경제적 편익성이 없다.

경인운하는 하천부지가 아닌 곳을 공사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토지수용비와 공사비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공업지대를 관통하고 있지 않다.

결국 운하에서 다시 트럭에 환적해야 하므로 비용과 시간부담이 커 경제성이 적다. 특히 환적된 화물수송으로 인해 교통체증은 물론 대형화물 차량의 운행에 따른 도로훼손과 환경오염이 불가피하다.

만약 북한과의 합의아래 한강어구를 수로로 개방하게 된다면 경인운하는 그 존재가치가 없어질 뿐 아니라 수익성이 저조해 별도의 부대사업이 없이는 투자자본을 회수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과 안산을 연결하는 안양천.반월천변에는 공장들이 밀집해 경안운하가 수도권 총물동량의 65.1%를 처리하게 되므로 경제성이 높다. 경인운하가 물동량의 22.9%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군사적으로 유사시를 대비한 비상교통수단으로도 경안운하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피란민으로 혼잡할 도로 대신 군수물자를 대량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으려면 경안운하를 건설해야 한다.

경안운하는 전시의 중장비뿐 아니라 평화시에도 대형 플랜트 등 초중량 설비들을 효율적으로 이동가능케 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다.

경안운하를 건설하는 데는 1조4천억원의 건설비가 소요되나 건설과정에서 얻게 되는 하천부지를 판매함으로써 1조8천억원의 재원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내수창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인운하보다 경안운하를 먼저 건설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도권은 명실상부한 동북아의 물류기지가 될 수 있으며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

주명건 <세종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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