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 어린이집 원아들 결식아동에 '온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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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사랑의 손길' 이 무슨 뜻인지 난 몰라요. 엄마에게 물었죠. 주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거래요. 그럼 나도 함께 할래요. 따뜻한 손길~. "

지난 18일 오후 3시 서울 광진구 화양동 실내 어린이 놀이터엔 고깔 모자를 쓰고 무대에 오른 성동구립 어린이집 원아들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졌다.

6~7세 꼬마들의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언니.오빠들로 성동구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 도움을 주기로 한 아이들이다.

이날 행사는 성동구립 어린이집 25곳에 다니는 꼬마들이 한해동안 돼지저금통에 모은 성금을 털어 마련한 선물을 언니.오빠들에게 전달하는 자리. 원아들은 그동안 배웠던 노래와 태권에어로빅, 수화 율동 등을 함께 준비했다.

원아들이 '사랑의 동전' 이라고 쓰인 빨간 돼지저금통에 잔돈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 원장들이 모여 아이들에게 남을 돕는 마음을 심어주고 잔돈을 아끼는 습관을 길러 주자고 했던 게 계기가 돼 올해로 4년째를 맞았다.

"굴러다니는 10원짜리를 모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자고 했죠. 아이들은 매주 월요일 '돼지 밥주는 날' 이면 잔돈을 꼬박꼬박 저축했습니다. 얼마전 저금통을 개봉했을 땐 아이들이 얼마나 기뻐했는지 몰라요. "

성동구 보육시설협의회장 이문호(李文浩)씨는 이렇게 모인 돈으로 매년 연말이면 관내 결식아동 40여명에게 선물을 사주고 있다고 말했다.

첫해 모금액은 91만원. 아이들이 친지나 부모에게 용돈으로 받은 1천원짜리 지폐를 넣는 일이 늘면서 올해는 2백40만원이 모였다.

산타할아버지로 분장한 선생님이 자전거.장난감 등을 언니.오빠들에게 나눠줄 때 고사리손으로 박수를 치던 원아들을 보며 선생님들은 "자신들도 갖고 싶을 텐데 오늘따라 의젓해진 것 같다" 고 입을 모았다. 이날 아이들은 한데 어울려 맘껏 놀았다.

김성탁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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