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역전은 없는가"…갑갑한 고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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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고어 후보가 궁지에 몰리고 있다.

그는 20일(이하 현지시간) 네 개의 불길한 소식을 접했다. 첫째는 로버트 버터워스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이 주 선관위에 우체국 소인이 찍히지 않은 부재자 투표의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낸 것이었다.

지난 18일 부재자 투표 집계에서 소인이 없다는 이유로 무효처리된 1천여표는 대부분 해외주둔 군인들의 표다.

이미 개표된 부재자 투표에서는 군인들이 공화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주 선관위가 법무장관의 주문을 따를 경우 부시 공화당 후보가 현재 9백30표인 표차를 수백표 더 벌릴 수도 있다. 고어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주 법무장관이 민주당원이기 때문에 더욱 아픔이 컸다.

둘째 소식은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 중인 플로리다주 세 개의 카운티에서 여전히 득표차를 그다지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까지 고어는 거의 재검표가 끝나가는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1백17표를 더 얻었지만 마이애미 데이드에선 46표를 추가했을 뿐이다.

특히 가장 큰 기대를 걸었던 팜비치에선 3표만을 더 얻었다. 이 추세라면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최종 득표에 포함시킨다는 결정을 내려도 부시 추월이 불가능해진다.

다음 소식은 선거자금을 대고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해 온 지원세력들이 점차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1백30만달러를 기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에 가장 많은 돈을 댄 뉴욕의 사업가 피터 버턴와이저는 "애당초 선거운동을 잘못해 이런 일이 벌어졌다" 고 고어를 비난했다.

역시 거액의 선거자금을 제공했던 전직 제빵업자 마빈 렌더도 "이미 싸움은 끝났다. 이젠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어는 의회에서 다수석을 차지한 공화당원들이 민주당이 또 집권할 경우 의회에서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 국정운영을 방해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날 고어가 대통령에 당선한다면 공화당 의원 전원이 취임식에 불참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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