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제2광우병 파동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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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파리=이훈범 특파원] 유럽이 2차 광우병 파동에 휩싸이고 있다.

1985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후 전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광우병 사태가 최근 프랑스에서 잇따라 광우병에 걸린 소들이 발견되면서 다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14일(현지시간) 긴급조치로 광우병 전염의 매개체로 알려진 동물성 사료를 소뿐만 아니라 돼지.닭 등 다른 가축에도 사용하는 것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프랑스는 또 만약 유럽의 다른 국가들이 동일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럽국가들로부터 돼지.닭.생선 등 수입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슈퍼마켓 체인에서 판매하던 쇠고기 중 일부가 광우병에 감염된 것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국민들의 불안감이 집단 공황상태로까지 번지고 있는데다 스위스.스페인.헝가리 등 유럽 5개국이 프랑스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사태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광우병 발병을 놓고 영국과 프랑스간의 신경전도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영국 보수당의 일부 의원들은 프랑스가 96년 발생했던 광우병 파동을 이유로 아직 영국산 쇠고기 수입금지를 해제하지 않고 있다며 역으로 프랑스산 쇠고기의 수입금지를 제안했다.

그러자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가 나서 70년대 말 영국의 사료 제조업자들이 사료용 고기의 기준을 낮춘 것이 광우병 발생의 원인이라며 광우병 발병의 최초 책임자는 영국이라고 영국을 강력히 비난했다.

프랑스 방역당국은 또 "지금까지 발견된 광우병 소가 모두 80여마리(두살 이상된 소 1백만마리 중 7마리)로 국제기준(1백만마리 중 1백마리)에 크게 못미친다" 고 강변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공포심은 대단해 프랑스의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 급식에서 쇠고기의 사용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이 광우병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광우병 우려지역에서 생산된 쇠고기 수입을 일방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스위스도 최근 광우병 감염 사례 두건이 새로 발견됨에 따라 학교.유치원 급식에서 쇠고기를 제외했으며 동물성 사료의 전면 금지 조치를 내렸다.

특히 스위스 적십자 당국은 광우병 전염 가능성을 우려, 영국에서 2개월 이상 체류한 사람에 대해서는 헌혈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최초 발생국인 영국은 엄격한 방역조치를 취해 지난해엔 1천53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감염돼 전년보다 50%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약 18만마리의 소가 광우병에 걸려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자 EU는 EU 전체 차원에서 가축에 대한 역학조사를 강화하자고 말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공포심과 각국간 갈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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