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학] AS 알고보면 공짜 아니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초등학교 4년생 딸을 둔 은영이 엄마는 한달 전 K전자 대리점에서 오디오를 샀어요. 그런데 하루는 오디오가 작동이 되지 않아 애프터서비스(A/S)센터에 "벌써 고장이 나느냐" 고 항의했죠.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A/S 직원이 와서 오디오를 살펴 보니 전원이 빠져 있잖아요.

전자제품 등에는 사용설명서가 꼭 들어 있어요. 그런데 가정에서는 이를 끝까지 읽지도 않은 채 책장이나 제품 박스 안에 내팽개치죠. 특히 엄마 아빠들은 스스로 체크해 고칠 수 있는 문제도 툭하면 A/S를 불러요. '무상(공짜)서비스' 라는 말만 믿는 거죠. 그러나 A/S는 사실 '공짜' 가 아닙니다.

그 비용이 제품 값에 반영돼 있어 이미 돈을 낸 셈이죠.

무턱대고 A/S를 부르는 것은 ▶제품 값을 올리고▶비싼 설명서를 휴지로 만들며▶결국 국산이 다른 나라 제품과 비교해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그러면 우리 나라에서 A/S로 인한 국가 손실은 얼마나 될까요. 전자제품을 예로 들어보죠. LG전자에 따르면 올해 TV.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 제품 예상 판매 대수는 1천76만대예요. 사용 설명서의 평균 제작원가가 3천원이니까 그 비용만 3백30억원이나 되죠.

또 한해 고장이 나지 않았는데 문의한 '무(無)고장' 서비스 상담(인건비.통화료 등 한 통화당 1천원) 비용이 1백억원에 달해 무려 4백30억원이나 낭비되고 있죠. 사용설명서를 제대로 읽지 않은 채 전자제품을 잘못 작동해 멀쩡한 기기를 망가뜨리는 일까지 있답니다.

그렇다면 선진국인 미국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무고장 서비스 상담은 미국은 10% 안팎인 데, 우리는 40%나 돼요. A/S를 나가면 10건 중 4건은 허탕을 친다는 거죠.

이원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