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찬씨 유서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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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장내찬 전 금감원 국장이 31일 남긴 유서는 여섯장이지만 첫째, 둘째장에는 앞.뒷면이 기재돼 모두 8쪽이다.

첫장의 전면에는 '자수 경위서' 라고만 기재돼 있고 뒷면에 '유서' 라는 글씨와 함께 '자살입니다' 는 문구가 보여 당초 자수하려다 자살 쪽으로 마음을 바꿨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둘째장의 앞면에는 가족에게 남긴 글이, 뒷면에는 친구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적혀 있었다.

한쪽 면만 기재된 셋째~여섯째장에는 평창정보통신 주식 매입 등 자신과 관련한 의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張씨는 유서를 통해 금감원 다른 직원들의 비리 사실을 부인하고, 옛 동료의 가족을 도와주기 위해 비리를 저질렀으며 자신은 아무런 이득을 보지 않았음을 애써 강조했다.

유서 중 개인적인 글이 담긴 둘째장을 제외한 나머지 유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서' 부분〓그는 "자살입니다" 라는 제목 아래 "금융감독원 근무시 잘못된 점이 있었습니다. 저로 인해 여러 사람이 고통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라고 적었다.

그는 또 "내가 죽거든 장모님 옆 공터에 묻어달라" 고 밝혔다.

그는 "고(故) 李모(전 재무부 동료.전 J투자금융 감사)씨의 부인에게 얘기를 들으면 진실이 나타날 것이다. 나는 李씨의 부인으로부터 절대로 돈 한푼 받은 사실이 없다" 고 기재했다.

◇주식 투자 배경〓張씨는 李씨의 가족을 돌보는 과정에서 평창정보통신의 주식을 매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1977년 총무처에서 재무부로 전보된 뒤 금융정책과에서 근무하던 李씨와 친하게 지내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5월 李씨가 간암으로 사망한 뒤 그 부인이 "남편이 남겨 놓은 재산으로 주식투자를 하다 모두 날렸다" 며 "주식 정보를 알려달라" 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처음엔 공직자로서 내부자 거래로 걸리기 때문에 곤란하다며 거절했지만 李씨가 남긴 유언 때문에 도와주게 됐다고 밝혔다.

李씨는 죽기 전 "내가 죽더라도 우리 가정과 자식들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 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평창정보통신 주식 매입 및 매각〓올 5월 6일 동료와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 동방금고 사장 유조웅씨가 나왔다고 한다.

그는 유사장에게 "평창정보통신 주식을 살 수 없느냐" 고 부탁했고, 2~3일 뒤 유사장으로부터 "주식 수가 많으면 액면가인 8천원에 사주겠다" 는 제의를 받았다.

그는 이후 친구로부터 빌린 돈 등 1억8천4백만원으로 2만3천주를 샀다고 한다.

사들인 주식 가운데 2만주는 주당 3만5천원에, 총 7억원을 받고 유사장에게 되팔았다. 나머지 3천주는 주당 4만원에 친구에게 1억2천만원을 받고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주식을 판 대금은 모두 8억2천만원이었다. 따라서 평창정보통신 주식으로 총 6억3천6백만원을 번 셈이다.

그는 "유사장으로부터 받은 7억원을 곧바로 옛 동료인 李씨의 부인에게 줬고 나머지는 주식을 살 때 친구로부터 빌린 돈을 갚는데 사용했다" 고 밝혔다.

◇ 한국디지탈라인 주식 매입〓올 3월 10일 유사장이 KDL주식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되면 주가가 5만~1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알려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실 발생시 보상 약속도 했다고 썼다.

李씨 부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부인은 디지탈라인 주식 7만주를 샀다. 하지만 5월 28일께 주가가 떨어졌고 그 부인은 5억원의 손실 보상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민원이 발생할 것 같아 유사장에게 협조를 요청, 내가 주당 1만5천원에 2만주(총 3억원)를 사주고 동방금고는 2만주를 7억원에 사줬다.

또 정현준 사장에게 주식 투자를 둘러싸고 민원이 발생할 것 같으니 주식을 담보로 원금을 우선 주고, 일정 금액을 차입한 뒤 주식이 상승하면 정리하는 것으로 제의했다.

鄭사장이 이를 받아들여 (주식 원금과)비슷한 수준으로 그 부인에게 준 것 같다고 밝혔다.

◇ 직원들에게〓그는 "금감원에서 나를 제외하고는 누구도 디지탈라인 주식 등을 받은 사람이 없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 금감원 직원들은 원칙과 성실로서 구조조정을 뒷받침했는데 이렇게 큰 일을 저질러 놓아 걱정된다. 10일간 무척 후회했고 고민과 번뇌를 하다 이것(자살)이 결론이라고 생각했다" 고 적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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