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 칼럼] 공회전 금지 법제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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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동차 공회전을 절제하자는 여성들의 '3+3 실천운동' 의 막이 올랐다.

운전자는 예열작업 없이 출발하고 대기할 때는 공회전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시동부터 끄고 차에 탄 사람이 내리도록 하며, 누구나 공회전을 하는 차량을 보면 '공회전을 절제하자' 거나 '에너지를 아끼자' 혹은 '환경을 지키자' 고 말하자는 운동이다.

인류의 어머니인 여성들이 모성을 발휘해 자손대대로 살아갈 우리의 환경을 보호하고 불필요한 돈의 낭비도 막아 튼실한 나라로 가꾸자고 나선 것이다.

석유 한방울 안 나는 우리로서는 진작 생활화해야 할 일이었다. 자동차가 약1천40만대나 굴러다니는 이때까지 공회전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지나쳐 왔다는 사실은 환경과 경제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역설적으로 웅변해준다.

최근 한 모임에서 자동차 공회전에 대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저마다 이런저런 경험담을 털어놓았는데 한 대학교수가 들려준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그리스에서 생긴 일' 은 이랬다. 관광버스가 관광지에 도착했지만 기운이 없어 버스에서 쉴 요량으로 자리에 남아 있는데 운전기사는 '냉정' 하게도 시동을 꺼버리더라는 것이다.

이유를 묻는 그에게 운전기사는 "정차 중에는 공회전을 해서는 안된다" 고 하더란다. 그는 "하필 날조차 더워 버스안에서 땀으로 목욕을 해야했다" 며 웃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동차 공회전을 절제하는 생활태도가 배어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해 11월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조사한 자동차 공회전에 관한 운전자들의 운전실태를 보면 62.5%의 운전자가 출발 때 공회전을 할 뿐 아니라 절반 가까이는 정차할 때도 시동을 끄지 않고 있다.

그릇된 습관을 바로잡으려면 강제화가 필요하다. 크고 작은 공회전 금지운동이 벌어졌지만 지금껏 정착하지 못한 데는 법과 제도로 규제하지 않은 것이 큰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캐나다 토론토와 미국 뉴욕시는 3분 이상 공회전을 금지하고 있으며 스위스는 신호대기시에도 세번째 차량이후는 엔진을 정지하도록 규제한다.

일본의 효고(兵庫)현에서는 조례로 공회전 금지 위반에 대한 벌칙규정까지 두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시 바삐 공회전 금지와 관련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홍은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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