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이후 국정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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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올림픽 금메달은 받으면 끝이지만, 노벨상은 받는 게 시작 같은 느낌이다. "

김대중 대통령은 14일 저녁 서영훈(徐英勳)대표 등 민주당 간부들을 불러 이렇게 말했다.

또 "남북.경제 문제 등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면서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 나라를 세계 일류국가로 만들자" 고 독려했다.

金대통령은 일요일인 15일 노벨상 이후 국정관리 구상에 몰입했다. 노벨상 수상과 관련한 성당 미사에 나가면 어떻겠느냐는 비서진의 건의도 있었지만 관저에 남았다. 이같은 전반적인 구상은 16일 국무회의와 기자간담회에서 밝힐 예정이다.

구상의 핵심은 '노벨상 수상에 걸맞은 큰 정치' 라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노벨상 수상을 국운 도약의 새로운 계기로 삼고, 거기에 전국민이 동참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金대통령이 제일 중요시하는 건 경제불안 해소와 민생안정" 이라고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남북관계는 이미 시작된 큰 그림 속에서 주변국과 맞물려 착오없이 진행될 것" 이라고 말했다. 이미 깔아놓은 레일 위로 달리기만 하면 된다는 뜻이다.

남북 화해.협력에서 내치(內治)위주로 국정의 우선 순위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13일 저녁 청와대 수석들의 축하 인사를 받는 자리에서 특별히 이기호(李起浩)경제.최규학(崔圭鶴)복지노동수석에게 고유가(高油價) 등 외부적 경제불안 요인이나 의약분업 협상을 물어본 것도 이같은 金대통령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朴대변인은 강조했다.

이같은 변화는 "경제가 무너지면 그동안의 모든 치적(治績)까지 노벨 평화상을 타기 위해 한 것으로 매도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려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내정에 더 신경써달라" 는 노벨상 이후의 여론 흐름이 金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측근은 "金대통령이 관심을 갖고 챙기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불안요인을 줄일 수 있다" 고 말했다. 전국민이 불편을 느끼고 있는 의사들의 파업 문제도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협상의 진전에 따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협조도 구할 예정이다.

또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국회에서 안정적으로 지원받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여야 영수회담과 노벨상 발표 이후 이회창 총재와 축하전화를 주고받은 것도 이같은 가능성을 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 거론되는 金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 등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고 朴대변인은 강조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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