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0.0009차… 타격왕 대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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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프로야구 2000 시즌 결승점을 눈앞에 두고 타격왕 경쟁이 뜨겁다.

선두 박종호(현대)는 0.34013, 2위 브리또(SK)는 0.33924, 3위 김동주(두산)는 0.33905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사진을 판독하듯 정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결과를 알 수 있는 대접전이다.

박종호는 타격 2위 브리또와 타율 0.0009 차이가 나 한 타수 정도 여유가 있다. 박이 한 타석에 나와 안타를 더하지 못해도 미세하게 1위를 유지할 수 있다.

대진운도 좋다. 현대의 남은 세경기가 브리또가 속한 SK와 두경기, 김동주가 속한 두산과 한경기다. 일찌감치 리그 1위에 오른 후 소속 선수들의 기록을 중점 관리하고 있는 현대의 최근 행보로 볼 때 현대 투수들이 브리또와 김동주에게 좋은 공을 줄리 없다.

벤치에 앉아 라이벌들이 치는 것을 보고 잘 치면 대타로 나가고 못치면 그대로 앉아있으면 1위가 확정된다. 타격왕 열쇠는 박종호가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들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안정적으로 타격왕에 오를 것인지, 선발 출장해 명예롭게 타격왕에 도전할 것인지는 박종호의 선택이다. 박은 최근 2할대의 부진을 보이고 있다.

브리또는 타격왕을 다투는 3인방 중 유일하게 시즌 최종일인 13일 경기를 남겨둔 것이 강점이다.

이것이 유리하게 작용하려면 브리또가 계속 선두와 0.001차 이내를 유지해야 한다. 브리또는 남은 다섯경기 상대가 모두 강팀이라는 점이 악재고, 최근 다섯경기 타율 0.412의 실적이 호재다. 브리또가 1위에 오르면 첫 외국인 타격왕이다.

김동주는 최근 여섯경기에서 4할5푼을 쳐 이른바 '감' 이 좋다. 감이 좋은 선수를 말릴 수는 없다. 반대로 대진은 최악이다.

현대와 한경기, 서로 잘되는 것을 보지 못하는 지독한 라이벌 LG와 세경기를 남겼다.

김동주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맹타를 휘둘러 타격 1위에 진입할 경우 박종호도 본격적으로 타석에 나와야 하고 또 한차례 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타격 4위 송지만(0.33760)의 어부지리 타격왕 가능성도 이래서 가능하다.

프로야구의 지난 18시즌 중 가장 치열한 타격왕 다툼은 1990년 한대화(해태.0.3349)와 이강돈(빙그레.0.3348)의 0.0001 차이였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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