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핵폐기장 법률적 안전장치 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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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1970년대 두차례 석유위기를 겪으면서 원자력이 한 때나마 가장 유력한 대체에너지원으로 꼽혔다. 우리 나라의 원전건설도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국제유가는 대체로 안정기조를 유지한 반면 원자력은 트리마일 섬 사고, 체르노빌 사고 등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반핵단체들의 반원전 주장을 강화시켜주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가 급등, 어려운 경제사정을 고려할 때 적어도 원자력의 이용을 늘려갈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이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10년 이상 끌어온 방사성폐기물 부지선정 문제다.

무엇보다 방사성폐기물부지는 원자력의 병목이기 때문에 이 문제의 해결이 없는 한 원자력 이용은 어려움에 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까지 방사성폐기물 부지 선정의 최대 걸림돌은 방사선 위험을 둘러싼 안전성 문제였다. 이와 관련 법학자로써 세가지의 관점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은 어느 정도인가. 방사성폐기물의 위험도를 살펴보면 그 위험도가 원전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이는 공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원전과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은 활화산과 휴화산으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방사성폐기물은 언젠가는 활동을 영구적으로 중지할 휴화산과도 같다.

둘째 방사성폐기물의 위험은 법제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원칙적으로 위험원에 대한 법률적 통제가능성은 기술적 통제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의 경우도 기술적 통제 가능성은 다중방호에 의해, 법률적 통제가능성은 다단계 규제방식에 의해 뒷받침된다.

셋째 방사성폐기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법적 통제방향은 무엇인가.

이 문제는 과거 사고경험에 비춰볼 때 우선 인위적 위험의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제도적 정비를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현 세대의 시행착오를 후대들이 고칠 수 있도록 세대간 책임문제를 염두에 둬야 한다.

결론적으로 방사성폐기물은 기술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위험이다. 그러나 방사선 위험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수용은 별개 문제다.

지역주민이 스스로 위험을 확인하고 통제할 수 있을 때 원자력의 사회적 수용성은 현실화될 것으로 본다.

함철훈 <카톨릭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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