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폐업강행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의료계가 6일 세번째 파업을 강행하자 시민과 환자들은 "이제 화를 내기에도 지쳤다" 며 짜증과 분노를 표출했다.

아기를 안고 문을 연 병원을 찾아 헤매고 보건소가 북새통을 이루는 등 의료계 진료 중단으로 인한 시민들의 극심한 불편이 재연됐다. 더욱이 응급실마저 포화상태에 이르러 환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 시민 분노=무릎에 악성종양이 발견됐지만 제대로 검진받지 못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金모(21.서울)씨는 "거듭된 의료계 폐업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 며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 고 말했다.

무릎 관절염으로 지난 8월 11일 인공 뼈 이식 수술을 할 예정이었으나 수술을 받지 못하고 소염.진통제만 먹고 있는 李모(68.여.경기도 남양주시 오남면)씨는 6일 중앙일보를 방문, "다니던 대학 병원에 10여차례나 수술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고 호소했다. 그는 "환자를 외면하는 의사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 고 비판했다.

대책회의는 "시민들은 정부의 무능력과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 는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 지 오래됐다" '며 "정부.여당의 잘못이 크지만 약사법 재개정 약속조차 거부하고 정부의 굴복만을 강요하는 의료계의 태도는 너무 지나치다" '고 비난했다.

◇ 대형 병원〓대다수 대학병원들이 예약환자를 제외하곤 초진 환자를 받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은 내과.신경외과의 외래진료를 중단했고 다른 과의 경우도 예약된 환자에 한해 진료했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도 응급실.중환자실.입원실은 운영했지만 예약환자를 제외하곤 외래 초진환자를 받지 않았다.

◇ 중.소형 의원〓전국의 대부분 동네 의원들이 폐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감기 등 일반 질환을 앓는 시민들의 고통이 심했다.

주부 李모(28.서울 중곡동)씨는 "어제 밤부터 코가 막혀 호흡곤란을 겪는 6개월 된 딸 아이를 안고 오전 9시부터 동네 의원 여섯곳을 다녔지만 전부 문이 닫혔다" 며 기가 막혀 했다.

공사장에서 다리를 다쳐 전남대병원을 찾은 金모(35.광주시 남구 봉선동)씨는 "동네 병의원 일곱곳을 전전하다 이곳으로 왔다" 고 불만을 터뜨렸다.

◇ 보건소〓보건소는 종일 붐볐다. 서울 광진구보건소는 오전부터 동네 의원을 찾았다 허탕친 환자들이 밀려들어 30명 이상 진료순서를 기다려야 했다. 서울 양천구보건소의 경우도 오전 중 접수자가 2백명을 넘어섰고 오후 들어서는 대기 행렬이 더욱 길어졌다.

사회부.전국부

사진=김상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