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타계한 트뤼도 전 총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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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968년부터 79년, 80년부터 84년까지 15년간 두 차례 총리를 지내며 캐나다 현대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가 전립선 암으로 28일 새벽(현지시간)별세했다. 80세.

몬트리올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몬트리올대와 하버드대에서 수학한 뒤 하버드대 헌법학 교수를 거쳐 65년 국회의원에 당선, 정계에 진출했다. 그 후 법무장관에 이어 68년 자유당 당수에 오르면서 총리에 취임했다.

79년 6월 총선 패배로 실각했지만 9개월만에 재집권, 84년까지 두번째 총리를 지냈다.

'독립되고 국제적인 새 캐나다' 를 지향한 그는 퀘벡 분리주의에 대해 단호히 반대 정책을 폈으며, 독립적인 새 헌법을 마련하고 미국 자본을 견제하는 자립경제를 추구했다.

특히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세워 격변기였던 60, 70년대 캐나다가 맞은 각종 위기를 극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인 인물로 평가된다.

'퀘벡분리전선' (FAQ)이 퀘벡주 장관을 납치 살해한 70년 '10월 위기' 당시 군대를 파견해 4백명이 넘는 혐의자를 영장없이 체포해 진압한 것은 그의 강골 면모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는 또 67년 법무장관 시절 낙태.동성연애를 합법화 했고 총리 재임시절인 82년엔 새 헌법에 인권헌장을 명문화하는 업적도 남겼다.

그러나 트뤼도는 미국 자본에 비판적인 경제정책을 고집하다 80년대초 캐나다를 강타한 경제불황 책임자로 지목돼 인기가 급락했다.

궁지에 몰린 그는 83년 제한적인 대미 자유무역을 승인한 뒤 이듬해 총리직을 내놓고 정계를 은퇴했다.

그러나 트뤼도는 독특한 개성과 카리스마로 퇴임 후에도 잊혀지지 않는 정치인이 됐으며 지난해엔 캐나다 언론인들이 선정한 '20세기 뉴스 메이커' 에 오르기도 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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