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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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중앙일보가 새롭게 시도하는 중앙신인문학상이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평론 부문에만 70여편에 달하는 응모작이 쌓였다. 문학에 대한 비평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예심 과정을 거쳐 본심에 올려진 작품들의 수준도 상당한 것이어서 심사위원이 모두 만족스럽게 생각하였다.

다만 한가지 미리 말해두고 싶은 것은 비평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작품의 본질을 드러내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비평은 비평적 방법이나 논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비평의 대상이 되는 작품은 비평적 논리를 합리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비평이 도달해야 하는 목표다.

본심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가장 심도있게 검토했던 작품들은 '거울아 거울아' (오양진), '세계를 창조하는 여자의 무덤' (김현경), '서정시의 구조적 갱신' (유철상), '경계의 서사, 기억의 사랑' (고인환), '세 친구의 길찾기' (황병길) 등이다.

비평적 관점과 방법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작품 해석의 독창성도 돋보인다는 평을 받았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먼저 논의의 대상으로 삼았던 작품이 '경계의 서사, 기억의 사랑' 과 '세 친구의 길찾기' (황병길)다.

이 두 편의 글은 모두 작품론 형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소설의 서사적 특성을 분석하면서 그 미학적 의미를 규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인 완결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비평적 방법과 서술의 안정감에 비해 설득적인 힘이 약하고 문학을 보는 시야가 좁다는 느낌을 버리기 어려웠다.

'세계를 창조하는 여자의 무덤' 과 '서정시의 구조적 갱신' 은 여러 응모작 가운데 시인론으로서 비교적 잘 짜여진 작품이다.

대상으로 삼고 있는 시인의 작품세계를 일관된 논리로 해석하고자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치밀한 분석력이 부족하다.

자기 논리에 꿰어 맞추기 위해 작품을 골라낸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도 없지 않다.

시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시 정신의 실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이 내세우고 있는 관점과 방법을 논리화하기 위해 작품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부분도 있다.

작품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실천 비평은 그 의의를 인정받기 어렵다.

'거울아, 거울아' 를 당선작으로 선정하는 데에 상당한 고심을 했다. 이 작품의 응모자가 보낸 또다른 작품도 예심을 통과했기 때문에 그 능력을 일단 인정하였으나, 난해한 관념어가 남발되고 있어 문체가 난삽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몇 차례나 당선작을 달리 바꿀 생각도 하였지만, 이 작품이 우리 시대의 여러 가지 문화적 징후를 소설을 통해 면밀하게 읽어내고 거기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방식이 설득력을 발휘하고 있는 점, 특히 당대의 작가와 당당하게 맞서고자 하는 자기 관점을 비평의 방법으로 논리화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사기로 하였다.

새로운 비평가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비평의 언어는 수사적 장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충고로 남겨둔다.

<심사위원 : 홍기삼.권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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