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정상회의 결산]지구촌 문제 공동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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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역사상 최대 규모로 벌어졌던 외교잔치인 유엔 정상회담이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엔에 가입한 1백89개국 가운데 1백47개국에서 국가대표나 정상들이 참가했고 왕세자.외무장관을 비롯한 고위관리들을 포함해 1백80여명이 뉴욕에 집결했다.

한국으로선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적지않은 성과를 올렸다.

마지막 날 채택된 밀레니엄 선언문은 이번 대회의 결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선언문은 평화와 안보.군축, 빈곤퇴치, 환경보호 등 모두 8개 항목에 걸쳐 인류가 직면한 과제들을 거의 총망라했다.

특히 최근 국제사회의 분쟁들이 국가간 전쟁보다 국가 내부의 내전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 듯 유엔의 평화유지활동(PKO)에 대해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평화유지군이 재원이 부족하고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 상태로 파견돼 분쟁 해결은커녕 인질로 붙잡히는 등 또다른 분쟁의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안보리에 소속된 15개국 정상들이 별도의 회의를 통해 평화유지활동 강화 방안을 모색한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의 부채 탕감이나 아프리카의 에이즈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과 중 하나다.

그러나 밀레니엄 선언문은 지구촌의 모든 문제들을 망라하고는 있지만 강제성과 실효성의 측면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회의장에서 마주쳐 서로 악수를 한 장면이 상징하듯 적대국의 지도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긴 했지만 서로 동상이몽(同床異夢)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실 없는 잔치판에 불과했다" 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최소한 이같은 모임을 만들어냈다는 공로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미국의 클린턴과 쿠바의 카스트로는 6일 양국 정상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조우했다. 두 사람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개최한 오찬회 직후 조우해 어색한 악수를 나눴다. 카스트로 의장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먼저 다가갔으며 두 사람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백악관은 "특별한 외교적 의미는 없다" 고 말했다. 쿠바 대표단은 논평을 거부했다.

한편 장시간 연설이 특기인 카스트로는 연단에 서자마자 흰 손수건을 꺼내 5분 동안의 제한시간을 알려주는 경고등을 덮어 각국 정상들로부터 폭소를 자아냈다.

○…회의에 불참한 리비아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는 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유엔은 국가간 연합도 아니며 세계를 지탱해주는 본체도 아니다" 면서 유엔과 밀레니엄 정상회의를 비난했다.

그는 "고작 5분 동안 연설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야 하느냐" 고 반문한 뒤 "지금의 유엔은 장식물에 불과하다" 고 주장했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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