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피플] 레바논 야당 압승 이끈 라피크 하리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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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레바논 총선에서 야당 연합의 압승을 이끌며 정치무대 중심에 화려하게 복귀한 라피크 하리리(56.사진) 전 총리는 가난한 농가 출신에서 세계 1백대 부호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지지자들은 그가 1980~90년대 전후(戰後) 레바논 경제를 파탄의 구렁에서 건져준 주역으로 앞으로 시리아 등 외세의 입김에서도 벗어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비판자들은 "총리 재임 시절 행정부 부패를 방치하고 흥청망청한 예산 집행으로 더 많은 부채를 안게 만들었다" 며 "이번 선거에서도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고 주장한다.

92년 총리직에 임명된 하리리는 98년 군부 실력자였던 에밀 라후드가 시리아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한 후 해임됐었다.

시리아측이 사우디아라비아 왕실 및 미국과 친한 그를 곱게 보지 않았던 것. 그러나 라후드 대통령과 살림 호스 총리 정부의 실정이 거듭되자 하리리는 이번 선거에서 좌.우익은 물론 기독교.이슬람교를 야당 연합이란 한 울타리 안으로 끌어 들이는데 성공함으로써 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그는 남부 해안도시 시돈에서 태어났다. 18세 때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여러 직업을 전전한 끝에 70년대 초 건설회사를 세웠으며 77년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던 고 할레드왕을 위한 궁전을 6개월 만에 건설, 왕실의 신임을 얻었다.

하리리는 이를 바탕으로 중동 건설업계 거물로 성장했으며 은행.부동산.석유.통신.방송 등 분야에도 진출했다. 그의 재산은 현재 4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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