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으면 18cm 펼치면 12.2cm '병풍책' 선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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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견 국사학자와 출판사가 힘을 모아 정갈하게 제작한 외국인을 위한 문화상품이 선보였다.

서울대 한영우(국사학과)교수는 조선시대 정조의 1795년도 화성 행차를 그린 의궤(儀軌)를 밑그림으로 하고, 여기에 채색을 곁들여 총길이 12.2m 규모의 완성도 높은 병풍식 책자를 만들었다.

책자 이름은 '정조대왕 화성행행 반차도(正祖大王 華城幸行 班次圖)' . 반차도란 국가 단위의 큰 행사가 있을 때 문무백관들이 늘어선 모습을 그린 공식의 의궤를 말한다.

한교수가 제작한 '반차도' 는 '원행을묘정리의궤' 안의 흑백 판각화를 일차 자료로 했다. 단 원본에 없는 칼러를 입히기 위해 규장각에 소장된 두루마리 형태의 다른 종류 반차도등을 참고해 한교수가 직접 채색을 하는 품을 들였다.

반차도에 등장하는 인물이 문무관료와 5군영의 군인까지 포함해 무려 6천여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지않은 일이다.

따라서 정조가 실학의 메카 건설을 염두에 두고 만든 화성(지금의 수원)에 행차했을 때의 장려한 위용이 반차도에 반영되고 있다.

접혀있을 때는 보통 크기(세로26.5㎝ 가로 18㎝)의 책이지만, 좌우로 펼치면 모두 64쪽의 반차도가 마치 아코디언 처럼 벌어진다.

각 페이지에는 우리말과 영문으로 정리돼 이해를 돕고 있는 것도 친절하다. 번역은 서울대 영문학과와 규장각이 함께 참여했다.

이 반차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솔문화재단이 제작한 한지를 본문용지로 한 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한지는 채색을 입히는데 효과를 보기가 쉽지않다. 값은 4만5천원으로 책정했다.

'반차도' 를 제작한 효형출판 측은 이 상품을 서점과 함께 미술관의 아트숍등에서도 판매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효형출판 측은 역시 문화상품으로 개발한 '2001년 옛지도 달력' 도 함께 내놨다. 달력은 규장각의 조선시대 옛지도를 선별해 해제와 함께 수록했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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