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한일 문화교류 일본측 미우라 위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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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한국 문화가 일본에 전파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은 그러한 사실에 자긍심을 가져야 합니다. 일본인이 한국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도록 한국을 알리는 일이 바로 저의 임무입니다. "

내한(來韓)공연을 앞둔 일본 듀오 '차게 앤드 아스카' 의 기자회견을 위해 일본을 찾은 기자에게 한일문화교류회의 일본측 미우라 슈몽(三浦朱門.75)위원장은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밝혔다.

한일문화교류회의는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를 앞두고 서로의 문화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는 방안을 구상해 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발족한 민간단체다.

"상대방에게 영향을 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거나 영향받은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은 문화의 성숙을 막는 걸림돌" 이라고 강조한 그는 "타문화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배려할 줄 아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고 덧붙였다.

다양한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 이 단체는 내년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국의 국보급 미술 전시, 연극공연 교류 외에 조선통신사들이 당시 일본인들의 환영을 받던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행사를 KBS와 NHK에 제의하겠습니다. "

일본대 예술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1980년대 중반 문화청 장관을 지낸 그는 '그래도 학교에 가는 것이 행복한 일인가' '일본인을 망친 교육' 등 20여 권의 저서를 펴냈다.

양국 문화교류에 앞장서는 그가 한국영화 '쉬리' 얘기를 빼놓을 리 없다.

그는 "일본에선 '쉬리' 가 소설로 엮어져 팔리고 있다" 며 "이는 양국 국민의 사고방식이 많이 닮아 이해의 폭을 넓힐 가능성이 높다 는 증거" 라고 말했다.

일본 대중문화의 한국 상륙과 관련, 그는 "16~17세기 일본도 서양 문물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자 쇄국정책을 폈고 일본에 대한 한국의 감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측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면서도 "외국 문화의 유입이 곧 그 나라 문화의 정체성 상실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 고 강조했다.

도쿄=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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