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유산을 찾아서] 중국 구이린·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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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 구이린(桂林)

끝없이 펼쳐진 봉우리와 유유히 흐르는 리강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도시 구이린(桂林)은 한폭의 동양화다. 베트남과 국경을 접한 중국 광시(廣西)장족자치구 북쪽에 위치해 있다.

3억5천만년 전 바다 밑바닥이 융기하면서 모습을 드러낸 후 풍화와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졌다는 봉우리가 무려 10만여개. 그 봉우리들 사이로 리강이 흐르고 또 다른 봉우리들이 겹겹이 어우러지며 선계(仙界)를 이룬다.

계수나무 꽃향기가 코를 찌르는 샹비(象鼻)산에 오르면 자연과 현대문명이 어우러진 구이린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화려한 도심의 빌딩 숲 대신 뾰족뾰족 솟아오른 크고 작은 석회암 봉우리. 독수봉 위에는 이태백이 술을 마셨음직한 정자가 자리하고 있어 정취를 더해준다.

시내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요산에서는 봅슬레이의 스피드를 즐길 수도 있다. 구이린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리강위에서 봉우리를 감상하는 유람선 관광이다.

구이린 시내를 관통하는 리강은 싱안(興安)의 먀오얼(猫兒)산에서 시작해 구이린~양수오를 거쳐 남으로 흐른다. 구이린~양수오 구간이 절경으로 손꼽힌다.

구이린 시내에서 버스로 1시간을 달리면 주장(竹江)강 선착장에 닿는다. 유람선에 올라 호리병산.망부석.미녀봉과 맷돌질하는 신선봉 등 기봉(奇峰)의 전설을 듣고 있노라면 유람선은 수억년 세월의 신비를 간직한 관암동굴 앞에 도착한다. 뗏목과 기차를 이용한 종유굴은 리강 관광의 백미다.

구이린 풍경을 묘사한 산수화에는 사공과 함께 뱃전에 느긋이 앉아 있는 고기 잡는 가마우지가 흔히 등장한다. 주인은 목에 줄이 감긴 가마우지가 잡은 물고기를 줍기만 하면 된다. 리강에서는 밤에 고기를 잡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마우지를 쉽게 볼 수 있다.

샹비산 수월동 동굴에는 송나라 계북처사가 노래한 시가 새겨져 있다.

이밖에 북두칠성이 떨어져 생겨났다는 칠성공원, 소수민족의 생활을 체험하는 리강 민속촌 등 작은 도시임에도 볼거리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안개속에 숨어 언뜻언뜻 고개만 내민 봉우리, 계곡사이 단아하게 자리잡은 정자와 키작은 소나무, 한가롭게 노젓는 뱃사공의 모습. 신이 준 자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세속의 찌든 때도 살짝 불어오는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 시안(西安)

중국대륙 중심부에 위치한 산시(陝西)성의 성도로 수많은 유적들을 간직한 천년고도 시안(西安)은 그리스의 아테네, 이집트의 카이로, 이탈리아의 로마와 더불어 세계적인 역사유적 도시다.

시안 시내에서 동쪽으로 30분쯤 달리다 보면 진시황제릉이 나타난다. 그 옆에는 한 농부가 우연히 우물을 파다 발견해 2천2백년 동안의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는 진시황병마용(秦始皇兵馬俑)이 자리하고 있다.

병마용은 진시황제릉을 지키기 위해 군인들을 순장시키는 대신 흙을 구워 만든 토용(土俑)을 묻은 것으로 총6천여개로 추산되지만 복원된 것은 수백개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는 흙벽으로 방이 나뉘어졌으며, 동쪽을 향해 무기를 든 토용이 질서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얼굴 표정이 모두 다른 것은 토용을 만들때 도공들이 자신의 얼굴을 모델로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병마용에서 4㎞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화청지(華淸池)는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와 사랑을 나눈 곳으로 욕조와 정원 등이 보존되어 있다.

이밖에도 시안에는 중국의 유명한 비석들을 한군데 모아둔 비석비물관 비림(碑林), 한(漢)무제의 무릉(武陵) 등 문화재가 널려 있어 중국의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다.

항공편은 아시아나항공(02-669-8000)이 서울~구이린을 매주 월.금요일 주 2회 운항한다. 오전 10시에 출발하며 3시간50분이 소요된다. 왕복요금 60만원.

아열대 몬순기후대에 속하며 연평균 기온은 섭씨 18.8도. 가장 더운 7~8월에는 섭씨 27~28도 정도지만 비가 많이 내려 습도가 높다.

글.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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