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문이비인후과 94세 문창모 박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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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의약 분업이 문제는 있지만 병원 문을 닫고 싸움을 해서는 안되지. "

의대 교수들마저 사직서를 제출하고 폐업에 동참하는 환란(患亂)속에서 병상을 지키는 노의(老醫)가 있다.

70년째 인술을 펴고 있는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 문이비인후과 문창모(文昌模.94)박사.

文박사는 하루 평균 30여명이던 환자가 폐업(20일)이후 60여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한데다 환자의 대부분이 어린이라서 이들을 달래가며 진료를 하느라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원주시내 병.의원 가운데 가장 이른 오전 7시부터 진료를 시작하는 文박사는 23일에는 오전 6시가 되기 전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폐업하지 않은 병원을 찾던 환자가 이른 아침 병원에 도착하자 간호사도 없는 상태에서 진찰을 시작, 직접 약도 조제해 주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재직하다 1957년 원주에 정착, 기독병원을 세웠고 64년부터 개인병원을 운영해온 文박사는 50년 이상된 단골 환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진료를 아침 일찍 시작하는 것도 환자들이 출근 또는 등교 전에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에서다.

文박사는 "현재의 의약분업안은 의사는 물론 환자와 약사 모두에게 문제가 있다" 며 "정부는 자신의 뜻을 그대로 밀어부치지 말아야 하고 의사들은 현업에 복귀한 뒤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해야한다" 고 말했다.

15대 전국구 의원(자민련)으로도 활동했던 文박사는 의원 재직시 새벽 진료후 여의도 의사당으로 출근해 의정활동을 했으며 정회가 되면 원주로 내려와 환자를 돌보는 등 평생 진료를 멈춘 적이 없는 현역 최고령 의사다.

원주〓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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