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야기] 소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반짝 번쩍, 확 번개가 눈을 띄워요. 우릉릉 쾅, 콱 천둥 소리 귀를 틔워요. 후드득, 탕 쏟아지는 소나기 흙먼지 잠재우며 땅을 깨워요.

하교 길 쑥이며 풀, 둔덕의 찔레, 산딸기, 칡 덩쿨 다 살아나며 훅, 훅 꽃보다 더 진한 향내 뿜어요.

풀 죽은 어린 벼들 잎새 곧추 세우고 논들은 입 크게 벌려 주욱 죽 소나기 받아먹고요. 간밤 모기 더위 잠못 이룬 우리들은 왁왁 소리치며 이리저리 피하지만 소나기 속으로 들어가고만 있고요.

그림〓조재영(경민대 교수.만화예술)

글〓이경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