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 개선되면 남북문제에 큰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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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외교정책의 조율사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취임 후 두번 한국을 찾았었다.

1997년 2월에는 취임 직후 동아시아 순회 차원이었다. 김대중(金大中)정부 들어 첫 방문은 98년 5월이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당시 미국 주도의 대북 중유 제공에 우리 정부가 참여해줄 것을 은근히 요구했다.

"국제통화기금(IMF)경제난으로 여력이 없다" 고 간신히 설득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정부는 당시 북.미 직접 접촉으로 대북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던 미국으로부터 포용정책 지지를 끌어내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정부청사 화장실이 올브라이트 장관이 쓰기에는 너무 협소해 큰일났다" 며 의전관계자들이 안절부절 못하기도 했다.

그녀의 23일 방한은 과거와는 성격이 다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金대통령과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 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관련 정보를 얻는 데 열심이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26일부터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민주주의 공동체회의에서 李장관을 만나게 돼 있었다. 그럼에도 굳이 서울로 오겠다는 뜻을 전달해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측은 金대통령이 金위원장을 6시간20분 동안 만나 대화를 나눈 정보의 보고(寶庫)라는 인식을 가진 것 같았다" 고 전했다.

미국이 김정일에게 관심을 쏟는 것은 이 대목이 미국의 외교전략 마련에 중대한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1백5억달러를 투입하는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 구축의 논리를 "이란.이라크.북한의 미사일 발사위협 때문" 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8일에는 북.미 미사일회담이, 7월엔 북.미 핵회담이 예정돼 있다.

더구나 7월 중순과 8월에는 TMD 구축을 강력히 반대하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 남한을 차례로 방문하는 일정도 잡혀 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방한을 통해 굳건한 한.미 공조를 과시하는 효과도 거뒀다.

金대통령은 면담에서 "한.미 공조는 대북정책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며 "북.미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전되는 게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는 입장을 전달했다.

북한 미사일문제에 대해 정부는 "북.미회담을 통해 해결해나가는 게 원칙" 이라는 입장을, 주한미군문제에 대해서는 "동북아평화에 기여하는 기능이 있음을 金위원장도 알고 있었다" 고 설명했다.

최훈.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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