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450억 도로공사 마무리 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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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남해고속도로 하동 인터체인지와 하동읍간을 곧바로 연결하는 새 국도(19호)가 마지막 4백m를 뚫지 못해 4년째 방치되고 있다.

섬진강변을 따라 구불구불하게 된 노선을 직선화하는 이 도로는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4백50억원을 들여 1994년 10월 착공, 1997년말 완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동읍쪽 마지막 구간인 4백m가 섬진강변 명승지인 하동송림과 학교 3곳을 관통하는 바람에 시민단체 등의 반발에 부닥친 것. 이 도로(왕복 2차로)는 하동 인터체인지 근처 고전면 신월리~하동읍 광평리간 20㎞를 곧게 펴 7.7㎞로 단축하는 숙원사업.

현재 도로는 급커브가 많아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았었다.

국토관리청은 노선이 뚫리면 하동인터체인지~하동읍간 운행시간이 20여분에서 10분으로 줄어들고 하루 1만여대의 차량이 통과하면서 절약되는 연료비도 연간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도로가 개통되면 하동중.하동여고.하동고 등 3개 학교가 정상적인 수업을 할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사(校舍)의 절반이 날아가는 하동중은 편입부지의 보상이 아니라 학교의 전체의 이전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편입부지의 감정평가액은 11억4천만원으로 나와 있지만 하동중측은 학교 이전에 필요한 21억원이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하동중측은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진정해 "부산국토관리청이 교사이전비를 보상해야 한다" 는 권고를 받아내기도 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는 하동명물인 송림(경남도 기념물 55호)을 훼손한다며 노선을 바꿀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하동사랑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송림 곁을 많은 차량들이 지나가면 매연 등으로 소나무들이 죽게된다" 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새 국도 개통에 시간이 걸리자 하동군의회가 최근 부족한 학교 이전비를 국고에서 지원해 줄 것을 교육부 등에 건의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받아내지 못한 상태.

하동사랑운동연합 조태화(曺台和.59)회장은 "문제의 구간을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노선을 찾기 위한 공청회를 열자" 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국토관리청 관계자는 "대체노선을 검토하기에는 예산문제 등 새로운 걸림돌이 많아 현재 노선을 바꿀 수 없다" 며'는 강경입장이다.

부산국토관리청은 이달 안에 학교부지를 강제로 수용하기 위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에 토지수용재결 신청을 낼 예정이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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