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와히드 축출 시나리오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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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자카르타〓연합]인도네시아 최대 야당이 부패 의혹을 받고 있는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내기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18일 공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대통령 탄핵권을 지닌 국민협의회(MPR)에서 최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 제1야당인 민주투쟁당(PDIP)이 마련한 것으로 강제 퇴진과 자진 사임 유도의 두 가지로 돼있다.

강제퇴진안은 인도네시아 최고의결기구인 국민협의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의결하는 방법이다.

국민협의회는 5백명의 국회의원과 지역.직능대표 1백95명으로 이뤄져 있다.

민주투쟁당은 국회에서 1백53석을 지닌 최대 정파인 데다 현재 와히드 대통령이 소속한 국민각성당(PKB)을 제외한 다른 모든 정당이 연합해 대통령의 실정을 추궁하는 대통령 평가권 발동에 동의한 상태여서 탄핵안 발의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 평가권은 8월로 예정한 국민협의회 연례총회 때 와히드 대통령을 불러 재임 중 나타난 문제점을 설명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발동한 것으로 탄핵의 전단계에 해당한다.

하지만 강제 퇴진은 처음으로 정권교체를 이룬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데다 와히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이슬람교도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따라서 실정과 부패 연루 혐의를 덮어주는 조건으로 와히드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자진 사퇴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최선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와히드에게 명예로운 퇴진 명분을 주고 정국불안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진 사임 시나리오에는 국회내 제2당으로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이 이끄는 골카르당과 다른 정파들도 동조하고 있다.

하지만 와히드 대통령이 고집이 워낙 세고 자존심이 강해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압력에 굴복할지가 여전히 미지수여서 인도네시아 정국은 당분간 굴곡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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