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이인석 '다리'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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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다리를 놓자

다리를 놓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일은 다리를 놓아야 한다

너와 나의 마음에

다리를 놓자

휴전선 위에

서울과 평양에

가로 세로 거미줄 얽히듯

하늘에 별이 얽히듯

이렇게 다리를 놓아나가면

언젠가는 하나가 되리

우리는 하나가 되리

주의가 공간을 갈라놓을 수 있나

- 이인석(1917~79) '다리' 중

이 겨레 어느 하나 몸과 마음이 으깨지도록 통일을 빌지 않는 이가 있을까마는 휴전선 북쪽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시인 이인석은 저 어름벽 두꺼운 냉전시대에 '다리를 놓자' 고 하늘에 대고 소리쳤다.

그때는 메아리 없는 독백으로 끝났지만 이제 하늘로 바다로 땅으로 다리가 놓아지게 되었으니 그 소원 헛되지 않음이여.

앞서 떠난 그 걸음 지금은 다리를 넘어섰을 것이고.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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