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놓자
다리를 놓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일은 다리를 놓아야 한다
너와 나의 마음에
다리를 놓자
휴전선 위에
서울과 평양에
가로 세로 거미줄 얽히듯
하늘에 별이 얽히듯
이렇게 다리를 놓아나가면
언젠가는 하나가 되리
우리는 하나가 되리
주의가 공간을 갈라놓을 수 있나
- 이인석(1917~79) '다리' 중
이 겨레 어느 하나 몸과 마음이 으깨지도록 통일을 빌지 않는 이가 있을까마는 휴전선 북쪽 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시인 이인석은 저 어름벽 두꺼운 냉전시대에 '다리를 놓자' 고 하늘에 대고 소리쳤다.
그때는 메아리 없는 독백으로 끝났지만 이제 하늘로 바다로 땅으로 다리가 놓아지게 되었으니 그 소원 헛되지 않음이여.
앞서 떠난 그 걸음 지금은 다리를 넘어섰을 것이고.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