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공룡’ 나올까 조마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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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이역만리 호주 철광석 업체의 합작사 설립이 국내 철강업계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철광석 값이 올라 철강업체뿐 아니라 연관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공정위는 사실상 처음으로 중국·일본과의 공조를 통해 해외업체에 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2, 3위의 철광석 업체인 호주의 리오틴토와 BHP빌리톤은 최근 공동사업을 위한 합작사 설립 협약에 서명했다. 회사 설립은 내년 하반기까지 완료 예정이다.

양사는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일 뿐이며 철광석도 현재처럼 각사가 독립적으로 판매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세계 철강업계는 합작사 설립을 사실상의 합병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양사가 철광석 시장에서 갖는 막대한 지배력이다. 세계 철광석 시장은 현재 브라질의 발레(옛 CVRD)와 리오틴토, BHP빌리톤이 전체의 70%가량을 차지하는 3강 과점 체제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리오틴토는 세계 철광석 수출의 18.6%, BHP빌리톤은 17.1%를 차지한다. 양사가 합쳐지면 점유율 35.7%로 1위 발레(32.8%)를 넘어선다.

철광석 시장은 지금도 공급자 우위 시장인데, 이렇게 되면 공급자 우위는 더욱 공고해진다. 이를 이용해 철광석 가격협상에서 값을 올릴 가능성이 크기에 세계철강협회는 최근 “합작사 설립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내 철강사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포스코가 현재 두 회사에서 수입하는 철광석은 전체 소요량의 60% 수준으로 한 해 2조5000억원 내외다. 예를 들어 철광석 가격이 10% 오르면 25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내년 1월 충남 당진에 국내 두 번째 고로제철소를 준공하는 현대제철도 양사 수입물량이 전체의 60%, 연간 3500억원 정도다.

상황이 이런 만큼 공정위도 양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경우 공정위는 가격 인상 제한에서 합작사 설립 불허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힘만으로는 어려워 호주로부터 철광석 수입이 많은 중국·일본의 경쟁 당국과 협조할 예정이다. 중국은 양사 합작사 설립에 반독점법 적용을 예고한 바 있다. 공정위 신영선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외국업체 간 합병 심사에 대한 첫 국제 공조”라고 말했다.

염태정·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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