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3각공조 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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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8일 도쿄(東京)회담은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양국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는 추측을 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金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을 나흘 남겨놓고 도쿄까지 간 것은 주변국의 지원이 성공의 필수조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은 "남북관계 진전이 모두에게 도움이 돼야 하고, 북.미, 북.일 관계와 함께 발전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문제의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오고 있지만 미국 및 일본과 경쟁하는 모양은 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金대통령은 특히 미국측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金대통령의 '햇볕정책' 이 북한의 핵.미사일 확산 방지를 우선하는 미국의 대북정책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관측이 나돌았다.

金대통령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의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미국의 역할과 지난달 말 로마 북.미 회담 결과를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 마지막으로 클린턴을 만난 것도 미국의 영향력을 인정하겠다는 뜻을 보여준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金대통령은 "차근차근 쉬운 것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남북 정상회담은 이번 한차례만이 아니라 꾸준히 계속돼야 한다" 는 이유를 내세웠다.

처음부터 북한 핵.미사일 등 본질문제를 주 의제로 할 경우 대화의 지속이 어렵다는 논리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이 金대통령의 정상회담 구상을 지지하고, 대북 제재 완화방안을 밝힌 것은 金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을 밀어주겠다는 뜻이라고 청와대측은 분석했다.

특히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는 북한의 개방을 통해 동북아 정세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金대통령의 생각에 공감하고, 북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金대통령에게 부탁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양국의 긴밀한 협조.협력관계가 더욱 중요하다면서 급변할 동북아 새 질서가 평화를 향해 움직이도록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동북아 기존 질서는 크게 변할 것이고, 미국의 협조 속에서 그 변화를 주도.관리하겠다는 뜻을 표시한 것이라고 청와대측은 설명했다.

도쿄〓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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