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불균형 극심…우량채만 거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50면

국고채나 A급 회사채 등 신용도가 높은 일부 채권 금리만 떨어지고 신용등급이 BB 이하인 채권은 금리를 불문하고 거래가 안되는 등 채권시장이 극심한 불균형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기상승으로 세금이 잘 걷혀 국채발행을 줄여도 되는 상황이지만 채권 유통시장이 망가질 것이 걱정돼 발행물량 감축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7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3일 연 9.16%까지 올랐던 국고채(3년 만기)유통금리가 6일에는 8.6%대로 떨어지는 등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 삼성.LG.SK그룹의 우량 계열사가 발행한 신용등급 A+ 이상인 회사채 금리는 국고채보다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신용등급 BBB+인 기업의 회사채 금리는 이달 들어 거의 변동이 없는 상태고 BB 이하인 회사채는 아예 거래가 안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3조1천9백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중 신용등급 BB 이하 2조7천억원 가량은 차환발행이 어려워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을 전망이다.

이처럼 채권유통시장이 국고채 위주로만 돌아가자 정부도 고민에 빠졌다. 재경부는 올 2분기 중 7조3천억원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이제껏 발행한 실적은 4조원에 그치고 있다.

채권금리의 안정을 위해 물량을 조절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세금이 잘 걷혀 재정상태가 넉넉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올해 국채 발행량(차환분 포함)은 계획(28조원)보다 5조~6조원 줄어든 22조~23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그러나 과연 국채발행을 줄이는 것만이 능사인지 정부 안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채권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적정한 물량을 꾸준히 공급해줘야 한다는 견해인 반면, 기획예산처는 재정상태를 보아가며 가급적 줄여나가자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 4월 올 국채 발행량을 3조원 줄이기로 했지만 이보다 더 줄일지 여부를 놓고 관계부처간에 협의 중" 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병철 동양증권 채권팀장은 "기업.금융구조조정으로 회사채 시장은 이미 기능을 잃었다" 면서 "국채시장마저 위축되면 채권시장 전체가 마비상태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고 말했다.

그는 "국채는 투자의 안전성 때문에 발행되는대로 잘 팔리고 있다" 며 "정부는 재정에 여유가 생길 경우 기존에 유통되는 국채를 매입, 상환하더라도 신규 발행물량은 꾸준히 공급해줘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김광기.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