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찡꼬업자 보호하려 경찰이 검찰수사 방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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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울 서대문경찰서 경찰관들이 관내 빠찡꼬 오락기 업자와 유착해 검찰의 단속 정보를 알려주고 수사기록과 압수품까지 조작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서울지검 서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林安植)는 1일 오락실의 불법영업을 조직적으로 도와준 혐의(공문서 위조.직무유기 등)로 서대문경찰서 형사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이 경찰서 K경장 등 단속 경찰관 3명을 소환 조사해 유착 사실을 확인했다.

또 이들이 오락실 업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 정확한 뇌물 액수를 캐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경찰서 간부를 비롯한 다른 경찰관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 중이다.

지난달 경찰관들이 윤락업주로부터 상납받아온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조직적으로 관내 불법 영업을 비호해온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제2의 창경' 을 주창해온 경찰 수뇌부는 큰 충격에 빠졌다.

◇ 단속정보 제공·수사기록 조작〓검찰에 따르면 K경장 등은 지난 4월 서울 서대문구 G오락실의 불법 영업 사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착수 사실을 알아내고 오락실 업주 崔모씨에게 이를 미리 귀띔해주고 뇌물을 받았다.

이들은 이어 검찰이 계속 단속하려 하자 이 오락실의 경미한 불법영업 행위를 자신들이 적발한 것처럼 혐의 사실을 완화해 검찰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빠찡꼬 오락기 영업의 경우 구속 사유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알고 업주를 불구속하는 선에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빠찡꼬 영업을 해 왔다" 는 오락실 종업원의 진술을 숨기기까지 했다.

이들은 또 검찰이 이 업소 오락기의 핵심부품인 키판을 압수토록 지시하자 서울시내 모 전자제품 상가에서 폐기용 키판을 사와 압수품인 것처럼 꾸며 보고했다는 것이다.

G오락실은 지난해 9월 개업 이후 한달 평균 2억~3억원의 수익을 올려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잠적한 업주 崔씨의 행방을 쫓고있다.

◇ 경찰 조치〓경찰은 검찰로부터 이들의 비위 사실을 통보받았음에도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이 사건 관련자 3명 중 2명을 관내 파출소로 전출했다.

서대문경찰서 이강수(李康壽)서장은 "K경장 등이 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뇌물수수 등이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아 징계하지 않았다" 며 "다만 이들이 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고 판단, 파출소로 보낸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경장 등은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혐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고 말했다.

전진배.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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