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소년예술단 리허설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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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어린이들의 재주와 재롱은 남북이 다르지 않았다. 26일 오후 7시 예술의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첫 공연을 가진 평양학생소년예술단은 공연에 앞서 오전.오후 두 차례에 걸쳐 리허설을 했다.

"먼 곳으로만 알았던 남녘땅이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의 춤과 노래를 보시며 즐거우면 박수도 쳐 주시고 기쁘시면 웃어도 주세요. "

김향미(15.평양죽전고등중학교)학생의 인사로 공연은 시작됐다.

공연의 레퍼토리는 노래.춤.연주.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흥겨운 것이었으며, 어린이들의 표정은 밝고 자연스러웠다.

공연 내용도 북한의 체제 찬양 같은 것은 거의 없었고 남북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민족적인 색채가 강했다.

흰색 드레스에 꽃분홍 재킷을 입은 여학생과 흰 바지에 빨간 재킷과 스카프 차림을 한 남학생 등 연주단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합창곡 '반갑습니다' 로 무대를 열었다.

이들은 '회양닐리리' 등 민요에서 동요 '욕심이 하늘같애' 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였는데 어느 곡이든 북한의 성인 가수들처럼 '능청스러울 정도로 '능숙한 바이브레이션을 구사한 것이 특징.

특히 25일 서울에서 일곱 번째 생일을 맞이한 최연소 단원 김주향 어린이는 나이답지 않은 어른스러운 음색으로 '김치 깍두기 노래' 를 익살스럽게 불러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목금(실로폰).손풍금(아코디언).장새납(태평소).가야금.브라스밴드 연주 등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를 다채롭게 선보인 기악연주도 빠르고 화려한 연주를 단 한차례의 실수도 없이 완벽하게 해내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무용도 우리 한국무용에 비해 동작이 굉장히 빠른 편. '점프나 종종걸음이 잦았다. 수건돌리기.술래잡기 등을 응용한 7인무 민속무용인 '꼭꼭 숨어라' 에서는 제자리에서 20여 바퀴를 돌 정도.

반면 무대 장치는 좌우에 흰 커튼을 드리우거나 북한의 풍경을 담은 슬라이드 몇 장, 천장에서 버드나무와 꽃나무가 내려오는 정도로 단순했다.

2시간여의 공연은 무궁화꽃이 한반도를 뒤덮은 가운데 남녘과 북녘소녀가 웃고 있는 슬라이드를 배경으로 한 노래 '다시 만납시다' 로 막을 내렸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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