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T, 핵무기 완전폐기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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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뉴욕〓신중돈 특파원, 예영준 기자]미국.러시아.중국.영국.프랑스 등 핵보유 5개국이 사상 처음으로 핵무기를 완전 철폐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이를 공표했다.

1970년 발효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이들 핵보유국들에 핵무기 감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의무만을 부과해 왔다.

NPT 제6차 평가회의는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1백87개 가입국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최종 합의문을 채택하고 4주 동안의 회의를 마쳤다.

NPT 평가회의에서 합의문이 채택된 것은 15년 만이다.

이번 회의에서 주요 핵보유국들은 보유 중인 핵무기까지 제거키로 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지구 전체의 비핵화 실현에 큰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핵(非核)국가들은 그러나 이번 합의문이 핵 제거를 위한 구체적 이행 일정과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원칙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핵보유국들의 약속 이행을 철저히 감시키로 했다.

최종 합의문에 따르면 핵보유 5개국은 핵무기 완전 제거에 대한 명확한 약속을 공표하고 다음 평가회의에서 기준이 될 6개항의 점검 목록에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또 ▶무기용 핵분열 물질 생산금지(컷오프)조약의 즉시 재개와 5년 내 교섭 타결▶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조기 발효와 핵실험 중단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한편 이들 두 나라와 쿠바.이스라엘 등의 NPT 가입을 촉구했다.

핵보유국들은 95년 회의에서 NPT 효력을 무기 연장하는 조건으로 성실한 핵군축 노력을 약속했으나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에 따라 비핵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핵보유국을 집중 비난했다. 이번 평가회의는 당초 지난 19일 폐막할 예정이었으나 아라크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치 이행에 대한 문안을 놓고 미국과 이라크가 신경전을 벌임에 따라 당초 일정이 늦춰졌다.

제7차 평가회의는 2005년 열린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NPT의 합의문 채택에 대해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고 평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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