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에서 본 한국] 조용한 한국에서 살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1970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인상은 강렬했다. 그때까지 내가 생각했던 한국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당시 일본인들은 좌익.진보파의 영향으로 한국에 대해 '군사독재정권 하의 암흑사회' 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 한국에 와보니 사람들은 활기가 넘치고 표정도 밝았다. 또 한국 사람들은 과거사 때문에 반일(反日)감정이 강하다고 들었는데 1주일 여행기간 중 그 일로 불쾌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선입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는 일본 사람은 과거사에 얽힌 이미지 때문에 한국 사람에 대해 '어두운' 인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 와서 한국 사람과 접하게 되면 '한국인은 밝다' 고 느낀다. 한국인들은 일본 사람보다 훨씬 목소리가 크고 말투도 강하며 몸짓도 크다. 걷는 모습도 당당하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의 인상이 밝고 사회는 활기가 넘쳐 보인다.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이 나라에 대해 갖고 있던 '어두운' 이미지가 완전히 편견이요, 오해였음을 알게 된다. 한국 사회의 '활기' 를 말해주는 것의 하나가 '소리(音)' 다.

특히 서울 시내는 온갖 소리들로 넘친다. 사람들의 말소리와 웃음소리, 굉음을 울리며 질주하는 버스, 자동차의 경적소리, 신발가게나 옷가게 등에서 흘러나오는 스피커 소리, 가두판매상들의 외침, 버스나 택시 안의 라디오 소리 등등…. 나는 여지껏 이것을 '한국 사회의 활기' 로 좋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요즘 나는 그 '소리' 에 짜증이 난다. 활기가 아니라 '최악의 소음' 으로 들려 혐오감마저 느끼는 것이다. 가끔 명동 같은 시내에 나가보면 매장마다 경쟁적으로 스피커를 통해 흘려 내보내는 그 음악 소리에 미칠 것 같다. 나이를 먹은 탓일까.

서울에 주재하는 외국인에게 가장 불쾌한 것은 소음이라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제 나도 조용한 한국에서 살고 싶다.

구로다 가쓰히로<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