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구조조정 진두지휘 헨더슨 CEO 돌연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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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제너럴모터스(GM) 프리츠 헨더슨(51) 최고경영자(CEO)가 1일(현지시간) 이사회 결의로 8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다. 새 경영자를 찾을 때까지 임시 CEO는 에드워드 휘태커 이사회 의장이 맡기로 했다.

GM에서 25년을 줄곧 근무해온 헨더슨 회장은 올 3월 버락 오바마 정부에 의해 경영실패 책임이 있는 릭 왜고너 전임 CEO의 후임으로 낙점 받고 GM 구조조정을 진두지휘 해왔다. 헨더슨의 사임은 사내 인사들조차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결정이었다.

외신들은 헨더슨 회장의 사임이 CEO와 이사회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헨더슨 회장이 이번 주 열리는 로스앤젤레스 모터쇼에서 업계 고위 인사 자격으로 연설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는 점에서 헨더슨 회장이 스스로 물러났다기보다는 이사회에 의해 전격적으로 축출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블룸버그가 “헨더슨 회장이 뉴GM 출범 100일을 맞아 시행된 이사회의 평가시험에서 낙제했다”고 보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사회 멤버는 AT&T CEO 출신인 휘태커 의장을 비롯해 대부분 오바마 정부가 임명한 외부인들이다. 그래서 외부인사로 이뤄진 이사회가 GM에서 잔뼈가 굵은 내부 인사 헨더슨 회장을 물러나게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이사회 멤버는 포드자동차처럼 GM도 외부 인사가 경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GM의 조직문화를 확 바꾸려면 기존 조직문화에 젖어있는 내부 인사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헨더슨은 과거 GM의 경영 실패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GM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요직을 두루 거쳤기 때문이다.

헨더슨 회장과 이사회는 GM의 유럽법인인 오펠 매각과 뉴GM 주식의 공모(IPO) 시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왔다. GM은 헨더슨 회장 주도로 유럽 오펠을 매각하려는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으나, 이사회가 최종 단계에서 이를 원점으로 돌리는 바람에 매각이 무산됐다. 헨더슨 회장은 적자 사업인 오펠을 빨리 매각하고 미국 사업과 경영실적이 좋은 신흥시장에 주력하길 희망했지만 이사회는 오펠을 매각하면 거대 시장인 유럽에서의 위상이 약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헨더슨은 그동안 시보레·캐딜락·뷰익·GMC 등 4개 브랜드에 집중하는 전략을 세우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오펠/박스홀·사브·허머·새턴 등의 브랜드들은 매각하거나 청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펜스키 자동차 그룹과의 새턴 매각 협상이 무산되면서 지난 9월 새턴 공장은 문을 닫았다. 사브 매각도 스웨덴 쾨닉세그가 인수 협상을 중단하면서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 같은 GM 브랜드의 매각 실패가 잇따른 것이 결국 헨더슨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GM 이사회는 이날 “사브 매각 대상을 이달 말까지 결정하지 못할 경우 사브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축소,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GM이 능력 있는 새 CEO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주주이다 보니 CEO 연봉이나 복리후생 측면에서 회장 자리가 그리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8개월 만에 회장이 물러나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GM 임직원의 사기를 높여야 하는 것도 과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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