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터넷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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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브라우저도 검색엔진도 필요없이 순식간에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차세대 인터넷 '그리드(Grid.격자모양의 망)' 개발이 본격화된다.

미국과 영국 등 세계 40개국 과학자들은 유럽분자물리학센터(CERN)에 설치된 세계 최대의 컴퓨터망을 응용한 슈퍼고속인터넷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가 4일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그리드 개발에 필요한 1억6천만달러의 공공자금을 연말까지 조성,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활동을 본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드 개발은 주로 영국의 분자물리학연구소와 천문학연구위원회가 10년 전 월드와이드웹(WWW)을 개발한 CERN과 함께 맡게 된다.

영국의 그리드 연구위원회의 존 테일러 국장은 "인터넷과 웹은 원래 연구자료 교환이 필요했던 과학자들이 만들어 냈다" 며 "이같은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단계에서는 분자물리학자, 천문학자, 유전자 정보를 활용하는 생물학자, 기후변화 등 지구상의 문제들을 연구하는 환경과학자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LHC의 가속과정에서 튀어나온 원자의 성질을 분야별로 연구하고 여기에 참여한 연구소의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격자모양의 망을 뜻한다.

이같은 망이 형성될 경우 컴퓨터 사용자는 인터넷상에 정보를 찾기 위해 검색엔진을 통하거나 웹사이트 주소를 알 필요 없이 곧바로 그리드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입력하면 된다.

연구진은 정보를 찾는 단어가 입력되면 이 단어는 과학자들이 정보교환을 위해 사용하는 '미들웨어 프로그램' 을 통해 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전달돼 순식간에 전송된다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 정부는 그리드 망이 구축되면 모든 정보를 세계 1백50개 대학 5천여명의 과학자들이 분석해 이를 체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드의 개념은 90년대 후반 미국에서 새로운 컴퓨터 인프라 개념으로 처음 등장했다. 시카고대의 랜 포스터 교수와 남캘리포니아대의 칼 케셀먼 교수는 그리드망 개발만이 차세대 인터넷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연방정부 기관들의 자금으로 매년 1억달러 정도가 투입돼 실험단계의 그리드망들이 구축되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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