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의 이상 징후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센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41호 26면

금융인 황영기씨가 얼마 전 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면에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가 있었다. 채무 불이행 사태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이다. 예를 들어 미국 씨티그룹이 한국에 1000만 달러를 빌려줬다고 가정하자. 씨티는 떼일 게 겁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와 CDS 계약을 했다. 씨티는 원금의 0.5%만큼인 5만 달러를 프리미엄(보험료)조로 골드먼삭스에 준다. 대신 한국이 돈을 갚지 않으면 골드먼삭스한테서 1000만 달러를 받아낼 수 있다. 한국이 약속대로 갚으면 골드먼삭스는 5만 달러를 수익으로 챙긴다. 황 전 회장이 회장으로 있을 때 우리금융지주는 CDS 1억4000만 달러(16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가 크게 손해 봤다. 몇 달 전 금융감독 당국이 황 전 회장을 문책한 이유 중 하나다.

돈이 보이는 경제 지표 - 신용디폴트스와프(CDS)

CDS가 가끔 금융시장의 온도계로 구실한다. 기업이나 국가가 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할 듯하면 시장에서 CDS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사고율이 높은 운전자의 보험료가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최근 일본의 5년 만기 국채 CDS 프리미엄은 다른 선진국과 견줘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때 0.7%까지 올랐다. 세계 2위 경제인 일본이 정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일본 정부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배 이상이고 연간 이자비용만 1년 예산의 10.3%에 이른다. 여기에다 노령화로 정부 씀씀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일본 실물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디플레이션 위험도 여전하다. 한국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국 국채의 CDS 프리미엄도 지난해 9월 미 금융위기 여파로 가파르게 올랐다. 가뜩이나 불안하던 외환시장이 더 요동쳤다. 급기야 당시 기획재정부는 “CDS는 국가 신용도를 재는 도구가 아니다”라며 시장 달래기에 나서야 했다.

지난 얘기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설명은 다르다. 국가나 기업의 부도위기를 재는 수단이 신용등급인데,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하는 데 적잖이 시간이 걸린다. 금융위기처럼 급박한 순간 신용등급 변경을 기다렸다가 뒤통수 맞기 일쑤였다. CDS 프리미엄의 변동은 이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CDS 프리미엄은 채권 가격보다 앞서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리미엄이 오르면 발행 국가나 기업의 신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봐 채권 가격이 하락한다. 정부·기업 신용을 실시간으로 체크해준다는 얘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