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용 불법단체 막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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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종 단체의 불.탈법 선거운동으로 거의 모든 선거구가 오염됐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선거법 개정에 따라 시민단체는 물론 각종 이익단체들에도 선거운동이 허용된 데 따른 부작용이다.

시민단체들의 낙천.낙선운동이 국민적 호응을 얻자 이 분위기를 틈타 사이비 단체들이 때를 만난 양 불.탈법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본지 기획취재팀의 조사(2월 19일자 1면)에 따르면 시민단체를 빙자해 상대의 낙천운동을 벌이거나 자신의 공천운동을 벌인 사례는 허다하다.

또 대개가 급조된 선거용 유령단체여서 단속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여기에 각 후보들의 비선조직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 그 혼탁.과열 양상은 극에 달하리라는 예상이다.

중앙선관위는 동창회.향우회.산악회 또는 연구소 등 총선 입후보 예상자 1천1백여명의 사조직 8백74개를 사전 조사, 선거운동 간여를 막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수천명에서 1만명을 넘는 대규모 사조직은 아닐지라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사조직은 이보다 몇배나 된다는 추계가 있는가 하면 이미 밝혀진 사조직들도 얼마든지 시민단체로 '둔갑' 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 브로커들이 후보자와 흥정을 벌이기 위해 만든 유령.유사 단체가 끼어들고 일부 지역에선 한 폭력조직의 보스가 주요 정당 후보 진영마다 조직원들을 분산, 지원토록 해 선거 후를 대비한다는 정보까지 입수되는 등 정말 심각하다는 것이다.

선거법 제81조는 국가 지원을 받는 단체나 특정 후보와 관련돼 있는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선관위로선 이들을 일일이 가려낼 재간이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들을 방치할 수는 결코 없다.

당국은 불.탈법을 일삼는 사이비 단체를 엄정하게 가려내 건전한 시민운동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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