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여론조사] "낙천명단 민주당 득"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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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총선시민연대의 '공천 반대 인사' 명단 발표가 유권자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은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정치권.총선연대 양쪽 다 칼날 위에 올라섰다.

정치권부터 보면 여야 모두 사면초가다.

무당파가 무려 71.1%나 될 정도로 정치권이 공멸 조짐을 보인다.

명단 발표로 가장 득을 본 정당으로 단연 민주당(46.2%)을 지목한 반면 가장 손해본 정당으로 자민련(34.3%)과 한나라당(32.5%)을 꼽았다는 사실은 집권 여당을 곤혹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으로만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것이다.

명단이 발표된 당일, 민주당이 명단에 포함된 P의원을 주요 당직에 재신임한 점도 69.9%가 '부당하다' 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자민련이 배후조종 의혹을 제기하며 시민단체에 대한 수사와 특별검사제를 요구한 것에는 69.2%가 '부당하다' 고 지적했다.

발표된 66명 가운데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포함된 것' 에 77.7%의 유권자가, '정계은퇴를 권고한 것' 에는 71.1%가 '적절하다' 고 평가했다.

아울러 각당이 상대당 인물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며 공정성 시비를 건 부분에도 상당수가 동감했다.

예컨대 15대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명단에서 빠진 민주당의 L씨와 또다른 L씨에 대해 61.6%의 유권자가, 금품수수 혐의로 재판에 계류 중인 한나라당의 L씨가 빠진 것에 대해서도 70.0%가 '부당하다' 고 질타했다.

2차 명단발표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배후에 대한 의심도 상대적으로 소수이긴 하나 존재한다.

자민련이 정권실세측과의 '사전음모설' 을 제기한 데 대해 3명 중 2명(63.1%)은 '공감하지 않는다' 고 했으나 1명(30.6%)은 '공감' 쪽. 30.6%라는 수치가 수적 열세인 것이 분명하나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여론의 특성을 감안할 때 정권실세라며 지목받은 측도 자칫 정치게임에 말려들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또한 낙천.낙선운동이 특정집단의 이익에 악용될 가능성에도 71.6%가 '있다' 고 했다.

변함없는 신뢰를 보이며 '없다' 고 한 쪽은 불과 25.7%.

정치권 일부에서 시민단체를 앞세운 '인적청산' 이라며 반발한 데에도 '공감하지 않는다' 가 56.9%로 다수이긴 했지만 5명 중 2명꼴(39.5%)은 '공감한다' 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향후 시민단체가 새로운 정치권력으로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유권자의 절반(49.0%)이 '우려되는 수준' 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다른 절반(48.3%)은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다' 고 답했지만 시민단체의 엄격성.도덕성에 대한 장치도 공론화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총선연대 등이 주도한 시민불복종운동이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향후 낙선.낙천운동의 전개방향에 대해 대부분(72.3%)이 '명단포함 인사가 공천될 경우 낙선운동까지' 를 강력히 주장했다.

20.1%는 '공천까지만 영향력 행사' , 6.3%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를 원했으나 이들의 목소리는 여론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다.

특히 유권자의 76.7%가 '공천 반대 인사의 낙선을 위해 참정권을 행사할 것' 이라며 투표의지를 밝힌 것은 크게 주목되는 대목이다.

'명단 발표가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하는가' 에도 68.9%가 '아니다' 고 답했으며 '그렇다' 는 24.8%뿐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태도에는 신중을 요구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시민단체의 선거활동을 법률로 규제할 수 없다" 고 한 데 대해 38.2%가 '현행법 위반' , 49.4%가 '아니다' 고 했는데 '위반' 이라는 여론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金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야당 등에서 "대통령이 법치주의를 포기한 것" 이라며 맹공을 편 데 대해서도 47.4%는 '공감' , 44.6%는 '공감하지 않는다' 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조사는 명단이 발표된 24일 오후 6시부터 전국의 성인남녀 800명을 상대로 실시하였으며 지역별, 성별, 연령별 인구비례에 의한 무작위 표본추출을 사용하였고 전화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행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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